이런 우스운 현상이 처음도 아니다. 18대 대선 때는 ‘안철수 테마주’로 피눈물을 흘린 개미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급등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치 테마주는 한국 증시의 후진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테마주의 범위도 무척이나 넓어 ‘김무성 테마주’ ‘박원순 테마주’도 있었다. 김무성 테마주의 하나가 김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 당일 25% 폭락한 뒤 관심권에서 밀려버린 것에서 보듯, 냉정한 투자자에겐 황당하기까지 한 현상이다.
문제는 기형적인 정치 테마주가 선거 때면 되풀이되고, 상당수 투자자가 테마 정치인의 당락이 해당 기업의 진퇴를 좌우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개미들의 소곤거림을 넘어 전문 애널리스트그룹도 그런 얘기를 증폭시킬 정도로 한 기류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테마주가 허황된 얘기만도 아닐 수 있다는 현실론에서 이를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 최상부에 정치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입법독재의 국회는 모든 게 통하는 최고의 권력이다. 정치권에 밉보이면 굴지의 대기업도 얼마든지 휘청거릴 수 있고, 권력을 잡은 정파와 인연이라도 있는 데는 권력형 부나비들이 몰려드는 게 현실이다. 검찰수사, 세무조사, 공정위 제재 등을 예상해보면 정치권력은 기업의 생사까지 좌우할 정도다. 후진적 정치 관행이 첨단 자본시장조차 줄 대기 경연장, 눈치싸움 장으로 전락시켜 왔다. 오도된 정치의 해악이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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