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란법 적용대상 좁혀 실효성 높여야

입력 2017-02-05 17:22  

"긍정효과에도 문제점 큰 김영란법
공직자에겐 엄격 잣대 적용하는 등 대상자·규제영역 축소 개정해야"

김종훈 <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달 한경 밀레니엄포럼은 이 법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책임자인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초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각자 내기(더치페이)’ 문화가 촉진되고 투명성 확보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만 당초 예상한 내수 위축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대부분 토론 참여자는 법의 보완과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하는 성 위원장의 인식은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이 법은 부패척결과 청렴 사회 건설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제정됐는데 정부 측은 부패문제 해결에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성 위원장은 포럼에서 금융실명제, 쓰레기 종량제, 부가가치세 등의 성공 사례를 들면서 김영란법도 초기에는 충격이 있지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부패문제를 단순한 제도 도입 정도로 해결되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어서 우려된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도입 이후 집창촌이 철거됐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됐는가. 성매매는 변형된 형태로 더욱 은밀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둘째,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400만명으로 너무 많고 범위가 넓다. 교수의 외부강연을 시간당 사립대 100만원, 국·공립대 30만원, 서울대·KAIST 20만원으로 정해 ‘지식정찰제’로 전락시켰다고 지적되고 있는 등 이 법의 적지 않은 부분이 탁상공론의 결과물이거나 법지상주의적 발상임을 국민은 우려하고 있다. 법은 명확해야 하는데 권익위원회의 유권 해석도 문의 건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권익위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법을 국민은 어떻게 다 이해하고 지키라는 것인가.

청렴 사회는 법 몇 개를 만든다고 구현되지 않는다. 범국가적인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큰 그림이 필요하고 최소 20~30년 계획의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 부패 추방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법만능주의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각 기관이나 회사의 윤리규정, 내규로 해결해야 할 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대상자, 규제 영역을 과감히 축소해 법이 법으로서 역할을 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있고 지켜지는 법이 돼야 한다. 근본을 무시한 채 지엽말단만 다룬다든가, 거악은 놔둔 채 피라미만 잡는다면 법 정의를 실현하기 힘들다.

셋째, 범국민적인 ‘도덕성 회복운동’ 또는 ‘청렴 사회 구현운동’을 벌여야 한다. 정직한 사회는 그 국가의 선진화 수준, 사회적 인식 수준, 문화 수준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는 정직과 투명, 청렴성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 위원장이 발표한, 10억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면 교도소에 1년 갇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고등학생이 2012년 44%에서 2015년 56%로 올랐다는 결과처럼 부패에 대한 인식 수준은 더 악화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의 부패는 오히려 규제가 조장한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키기 힘든 법, 규제 위주의 법이 편법과 부패를 야기한다. 골프장 건설에 900개의 도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규제 천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꼭 지킬 법만 놔두고 나머지는 폐기해야 한다. 아울러 네거티브 시스템의 규제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실효성을 거두려면 정부, 공기업, 정치권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사적 자율성이 필요한 대학이나 기업 등은 사규나 내부 윤리규정을 통해 인식의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 대상을 좁혀 확실히 겨냥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대폭 개정해야 할 것이다.

김종훈 <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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