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 대기업 "자문 없어도 대형 M&A 거뜬"

입력 2017-02-05 19:16  

자체 네트워크·재무역량 향상
SK·롯데, 재무자문사 선정 안해
'외국계 IB 위기론' 나올 정도



[ 정소람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5일 오후 2시28분

국내 기업의 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자문 없이 성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자체 네트워크와 재무적 역량이 커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국계 IB 위기론’까지 나온다.

지난 2일 SK종합화학은 미국 1위 화학업체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부문을 자체 검토 끝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 이 과정에서 재무 자문은 받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해외 자산을 인수하는 거래에서 외국계 IB 자문을 받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IB업계가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 거래에도 SK 측은 법률 자문사만 선임하고 IB의 재무 자문은 받지 않았다. 거래 금액이 62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 간 ‘빅 딜’이었으나 대부분 외국계 IB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이유다.

매각이 진행 중인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그룹도 별도의 재무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국내외 M&A 경험을 쌓으면서 자체 네트워크나 정보력을 축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매물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가능한 전문 인력들을 자체 충원해 외부 도움이 필요 없는 경우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문 수수료를 아끼거나 극비에 거래를 하기 위해 자문사 없이 거래하려는 기업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IB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인력 소요가 많은 M&A보다는 블록딜 같이 인력이 적게 필요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들의 M&A 자문이 적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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