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훔친 나스…비결은 '네이밍 전략'

입력 2017-02-06 17:56  

"화장할 때 섹시함 느낄 수 있게 제품명 지었다"

블러셔 이름이 '섹스어필'
백화점서 한시간 만에 완판
창업 10여년 만에 톱 브랜드



[ 이수빈 기자 ]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한 시간 만에 ‘완판(완전판매)’된 화장품이 있다. 미국의 메이크업 브랜드 나스가 한정 출시한 2017 ‘봄·여름 팝 고우즈 더 이즐 컬렉션’ 블러셔다. 나스는 각 제품 이름을 핍쇼 스리섬 미스컨덕트로 다소 민망하게 지었다.

하지만 출시일인 지난달 6일 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소비자들은 나스 매장으로 달려갔다. 이 블러셔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영국에서도 1주일 만에 셀프리지 등 백화점에서 모두 팔렸다. 국내 중고거래 카페에서는 이 제품이 정가(4만원)보다 1만~2만원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가격에 최대 50%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북미 지역 출시시기인 3월에 맞춰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하려고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화장하는 동안 섹시해져라

1994년 프랑수아 나스가 창업한 나스는 등장하자마자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12색상의 립스틱만 팔았는데 ‘퍼니 페이스’ ‘상하이 익스프레스’ 등 독특한 이름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스는 1999년 블러셔 제품을 내놓으면서부터 이름을 도발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나스의 대표 블러셔 이름은 ‘오르가즘’. 이 블러셔는 미국 가수인 마돈나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인기 블러셔는 ‘섹스어필’이다.

나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재직 중인 창업자 나스는 2014년 미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화장하는 동안 섹시해진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나스의 오르가즘 블러셔는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서 블러셔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출시한 ‘어데이셔스 립스틱’에는 제품 각각에 유명 여배우 이름을 붙였다. 각 립스틱 색상을 통해 그들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진한 빨간색 립스틱에는 ‘마릴린’이라는 이름을, 발랄한 산호색 립스틱에는 ‘나탈리’를 붙였다. 이외에도 오드리, 브리짓, 비비안, 샬롯 등을 제품명으로 내세웠다.

회사 측은 “각 립스틱에 인격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립스틱 색상을 통해 구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는 얘기다.

같은 해 나스는 어데이셔스 립스틱 제품명에 등장하는 영국 배우 샬롯 램플링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웠다. 당시 68세였던 샬롯 램플링은 화장품 모델로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제품명으로 브랜딩

나스의 튀는 제품명은 브랜딩 전략이기도 하다. 나스 창립 당시 화장품업계에선 관례적으로 각 제품을 구별하기 위해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름을 정해왔다. 직원들만 알아볼 수 있는 용도였다. 의미가 통하는 이름을 붙일 때는 제품 색상을 보여주는 명칭이 대다수였다. 분홍색 립스틱에는 ‘핑크 로즈’, 펄이 들어간 오렌지 립글로스에는 ‘펄 오렌지’라는 이름이 붙는 식이다.

나스는 제품의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에서 달랐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에 따르면 상품 기능을 나타내는 브랜드보다 문화·성격·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더 강력하다. 이런 브랜딩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틀을 잡는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나스 등장 이후 제품에 독특한 이름을 붙이는 브랜드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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