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텐]임채원, 첫 한국인 WRC 랠리스트를 꿈꾸다(2)

입력 2017-02-07 09:42  

(1)편에서 계속

[최진석 기자] F3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F1에 진출할 기회를 얻는다. F4 머신은 230마력, 최고속도 시속 270km의 성능을 갖췄다.

유럽의 레이싱 꿈나무들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서 검은 머리의 한국인은 잘도 내달렸다. 2013년 공식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고 스페인 명문 팀인 에밀리오데빌타팀의 시트를 받은 그는 1라운드 경주에서 2위, 5라운드에서 우승을 하는 등 맹활약했다. 첫 시즌을 20여명의 드라이버들 중 13위로 마쳤다. 그는 유럽 무대에서 전체 시즌을 소화한 첫 한국인이었다. 그가 목표로 잡았던 ‘유럽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활동하는 프로 드라이버’의 꿈도 한 발 앞으로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 그의 성적은 후진했다. 그는 “2014년에는 반드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성적이 나빠졌다”며 “결국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 드라이버의 꿈도 유럽에 놓고 왔다.

임채원은 2015년 한국에 돌아온 후 반년 동안 칩거했다. 그는 “꿈을 잃은 충격 때문에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며 “허탈감 속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차가 한 방송사와 손잡고 WRC 랠리 드라이버를 선발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는 광고를 본 것이다. 그는 “서킷을 달리는 것과 WRC처럼 오프로드, 산길을 달리는 건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것 이었다”며 “때문에 큰 기대감 없이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1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5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첫 한국인 랠리 드라이버가 된 임채원은 작년 1월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 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연습생 드라이버로 첫 걸음마를 뗐다. 그는 “WRC도 크게 두 개의 하위 리그가 있다”며 “2016년 첫 해에는 가장 하위인 WRC R2 부문에서 독일 오펠 차량을 타고 뛰었다”고 설명했다. 2시간 만 달리면 결과가 나오는 F3 경기와 달리 WRC는 대회마다 3박4일 동안 300~400㎞를 달리는 고된 여정을 거쳐야 한다. 길이 험해 옆좌석의 보조 드라이버가 지도를 보면서 도로의 상태와 코너의 깊이 등을 알려준다. 랠리 드라이버는 보조 드라이버가 불러주는 암호 같은 신호를 귀로 들으며 운전을 해야 한다. 임채원 선수는 “WRC는 영어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도로 정보에 완전히 의지해 ‘귀로 하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시스템과 새 차에 적응하느라 힘들지만 즐겁게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올해 그는 한 등급 위로 올라가 WRC R5 클래스에서 경기를 뛴다. 차량도 현대차가 개발한 i20 R5 랠리카다. 임 선수는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WRC 경기 시스템을 완전히 흡수하고 i20 차량에도 적응해야 비로소 WRC 메인 무대에서 뛰는 랠리 드라이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은 지난해 WRC에서 2위에 올랐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한국인 드라이버가 있다면 유럽에서 한국 자동차 문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한국에 WRC를 알리고 모터스포츠 저변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 임채원 선수는 “유일한 한국인 드라이버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며 “올해 실력을 인정받아 반드시 WRC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WRC에서 한국인이 활약하고 우승도 한다면 한국에서 카레이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겁니다. 미래에는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이 체계적인 과정 속에서 드라이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제가 올해 진정한 랠리스트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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