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업체의 경쟁력 약화로 1위 삼성전자 수혜 가능성도 있어
[ 안혜원 기자 ]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인수전에 승리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를 넘보는 수준까지 도약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과 맞물려 주가도 상승 속도를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 인수를 결정한 데에 이어 도시바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그간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인 D램 부문은 미세화 기술의 한계로 투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낸드 부문은 선발업체들의 특허 장벽 때문에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매각하는 지분은 20%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도시바 지분 인수는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한 기술력 강화가 SK하이닉스의 목적이란 해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인수를 통해 도시바와의 총괄적 R&D 협력, 도시바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 등의 권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전 성공이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 확대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낸드 시장은 향후 삼성전자, 마이크론·인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의 연합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시바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경쟁 업체에 비해 부족했던 낸드 기술 수준도 단숨에 높일 수 있다"며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력 차이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전 성공의 최대 걸림돌은 낸드 시장 3위 업체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다.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7.1%다. 도시바(19.8%)를 인수하면 양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36.5%에 달한다. 삼성전자(36.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현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3위 업체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면, 1위인 삼성과 4위인 SK하이닉스 모두에게 위협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유현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도시바와 합작사를 통해 공동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진행한 콘퍼런스 콜에서도 도시바를 인수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진행할 생각이 없으며, 합작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번 매각은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장기적 전략 혼선과 투자 차질 등을 겪으며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라며 "이 경우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업체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위 업체의 부재는 낸드 산업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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