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미원' 유튜브서 100만건 해외매출 2000억으로 국내 추월
[ 김보라 기자 ] 국민 조미료 ‘미원’이 부활하고 있다. 미원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027억원. 이 중 소비자들이 슈퍼마켓, 마트 등 소매점에서 직접 구입한 금액은 444억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5년 미원의 소매 매출은 275억원 수준으로 자연조미료 매출(304억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미원의 역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던 1950년대 중반,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조미료 제조 공법을 배운 임 회장은 부산으로 돌아와 작은 조미료 공장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미원의 전신)다. 이곳에서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이 탄생했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났다.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부들에게 ‘마법의 가루’로 불렸다. 국산 조미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고, 19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이기도 했다.
‘감칠맛의 왕’으로 불리던 미원은 1990년대 글루탐산나트륨 유해성 논란의 희생양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0년 “글루탐산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힐 때까지 약 20년간 긴 정체기를 보냈다.
슈퍼마켓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미원이 부활한 건 2014년 ‘발효미원’을 내놓으면서다. 대상(주)은 2014년 10월 미원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제품명을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 미원’으로 바꾸고 깔끔한 감칠맛을 담았다. L-글루탐산나트륨에 배합해 감칠맛을 높이는 핵산의 비율을 줄였다. 패키지 디자인도 자연적인 느낌을 살린 것으로 바꿨다. 지난해 2월 사탕수수 이미지를 강조한 ‘다시마로 맛을 낸 발효미원’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밥집 미원’이라는 팝업스토어다. 60여년 만에 이뤄진 미원의 대대적인 재탄생을 20~30대 젊은 층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 홍익대 인근에 터를 잡았다. 밥집 미원에선 발효 미원을 넣어 나트륨 양을 30% 줄인 국밥을 1970년대 가격인 100원에 팔아 화제를 모았다.
광고도 화제였다. 슈퍼주니어 출신 아이돌 김희철을 모델로 제작한 ‘픽(Pick) 미원’ 유튜브 영상은 공개 20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김희철이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노래 ‘픽 미’에 맞춰 춤을 추면서 미원을 한 꼬집 넣는 장면을 강조했다. 화제가 된 ‘픽 미원’ 영상은 중국에서 커버 영상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모았다.
미원의 해외 매출도 상승세다. 현재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높다. 2015년 기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의 해외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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