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청탁시비 걸릴까봐 ㅠㅠ"…밥도 눈치보며 먹는 요즘 검사들

입력 2017-02-07 17:31  

대한민국 검사 이야기 (14) 김영란법 직격탄


[ 박한신 기자 ] 수도권 지방검찰청 A지청장을 지낸 B변호사는 매년 말 A지청에 근무하는 후배 검사들과 저녁모임을 한다. ‘A지청 홈커밍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모임의 비용은 개업한 선배 변호사들이 부담했다. 이 모임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때문이다.

B변호사는 “매년 선배 변호사들이 비용을 내고 1인당 5만~7만원 정도의 저녁식사를 했는데 작년엔 모임이 취소됐다. 김영란법 규정인 1인당 3만원을 지킨다 하더라도 후배 검사들이 모임 자체를 꺼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한 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검찰 출신 선배들과의 모임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며 “서로 부담스러우니 혹시 모를 주변의 오해를 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검사들의 모임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수도권 지검에 근무하는 한 중견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분기에 한 번 모일 정도로 친한 친구 사이다. 친구 사이인 만큼 원래는 상대적으로 많이 버는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돌아가며 밥값을 계산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회비를 거둔다. 이 검사는 “회비를 내는 모임은 허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회비를 거둔 뒤에는 저녁 메뉴가 소고기에서 삼겹살로 바뀌었다”고 웃었다. 또 다른 검사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워낙 넓어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며 “친구를 만날 때도 3만원 이내로 간단하게 먹고 헤어진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김영란법이 업무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부터 “혹시 모를 청탁을 피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검사들이 하루종일 기록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기 세계에만 갇히고 보고 싶은 대로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업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간접경험을 하면 사건 처리도 더 폭넓게 할 수 있는데, 그런 게 막히다 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변호사들을 만나 그들의 입장을 알게 되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피고소인의 만족도도 높아지지만 요즘은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한 검사는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핑곗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만남 자체를 거부할 수 없어 나가면 청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영란법은 부적절한 자리나 나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 안 나갈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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