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달 통과 가능성
기업 경영권 위협 받고 신사업도 차질 우려
기업 책임만 강조한 징벌적 손배제도 발의
[ 박종필 기자 ]
여야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각종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 야당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2월 국회에서 일부가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도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겨냥한 반(反)기업 정서법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10여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 제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도입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상법 개정안 중 전자투표제 도입 등은 여야 4당의 이견이 없어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벌 개혁의 시작은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 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삼성물산 합병 방지법’으로 불리며 삼성그룹을 정조준했다.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시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합병 또는 영업 양도 시에는 예외적으로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삼성의 추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영업 부문 일부를 계열사에 양도할 때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 중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업 책임 강조한 법안들
국회의 ‘기업 손보기’는 대기업을 겨냥한 지배구조 관련 법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발의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등을 계기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기업이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기업이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손해액의 최대 12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새누리당도 보상배율 3~5배까지는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손해배상률만 합의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민간 기업이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할당해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정원의 3~5%에 해당하는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 법안도 다시 등장했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유통업체 입점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냈다. 현재 3000㎡ 이상 점포에만 적용되는 입점 제한 대상 점포를 6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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