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중도금대출…연 5%대 '이자폭탄' 떠안아야 겨우 빌려

입력 2017-02-07 18:19  

심해지는 중도금 보릿고개
서울서 100% 분양된 대단지도 집단대출해줄 금융사 못 구해
중도금 1차납부 날짜 연기

대규모 분양 연기 사태 오나
분양가의 60% 차지하는 중도금…자금 제때 안 돌면 큰 타격
지방·중소건설사는 더 심각



[ 문혜정 기자 ]
“은행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을 거절하면서 고금리를 감수하고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 보험사까지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제2금융권마저 난색을 보이고 있어 하루하루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대형 건설사 마케팅담당 임원)

건설사들이 올 들어서도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회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틈을 타 금융회사들은 금리를 최고 연 5.5%까지 높이고 있다. 작년 분양한 단지의 1차 중도금 납부 시기가 대거 연기되는 것은 물론 올해 공급 예정인 단지의 분양 일정이 무더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자 연 5%대로 치솟아

작년 연말 건설사들은 집단대출처를 구하는 시점을 올해 초로 넘겼다. 시중은행들이 연간 대출 한도가 찼다며 문을 걸어잠궜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대출에 소극적이다. 제2금융권마저도 대출 중단에 가세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까진 힘들다 힘들다 해도 입지가 좋은 곳과 대형 건설사 사업장은 지방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찾아다니면 중도금 대출이 됐다”며 “올 들어선 아예 대출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출 중단은 지방에 있는 단지나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00% 분양이 끝난 서울·수도권 단지도 대출처를 못 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고덕동에서 인기리에 분양된 A아파트는 대출처를 구하지 못해 최근 조합원들의 1차 중도금 납부 일자를 2월 중순에서 3월 말로 연기했다. 공사를 맡은 시공사들이 대출을 위해 신용공여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 단지 조합이 제2금융권에서 조합원 개인 신용대출로 중도금 대출을 문의한 결과 금리가 연 4.7%까지 높아졌다.

공기업이 분양하는 공공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송파구 오금지구에서 내놓은 단지는 지금까지 중도금 일부밖에 조달하지 못했다. 두 달여 만에 농협을 대출회사로 확정했지만 대출 규모가 당초 요청한 금액보다 크게 적어 SH공사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작년 10월 울산에서 분양된 B아파트는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이자가 연 5.5%에 달한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 건설사나 시행사가 주도하는 현장과 지방 사업장은 중도금 대출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무조건 금리가 연 5%를 넘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 9~10월 분양된 단지들의 1차 중도금 납부 시기(분양 뒤 5~6개월)가 차례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도와 인맥, 분양 성적을 총동원해도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며 “일부 건설사는 벌써부터 1차 중도금 납부 시점을 연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계약자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작년 7월 인천 송도에서 분양된 C아파트는 최근 1차 중도금 대출을 진행 중이다. 시행사는 지방은행과 보험사 등 4개 금융회사를 묶어 연 4%대 초반에서 중도금 대출을 가까스로 마련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모씨는 “청약 당시 시중은행에서 3%대 중후반 금리로 중도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금리가 너무 올랐다”며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입주 시점에 연 5% 중·후반대의 금리를 부담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말 전매제한(6개월)까지 풀리면서 분양권 매물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신규 분양 차질 우려

집단대출 중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행사와 계약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건설사는 분양을 마쳤더라도 전체 분양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도금이 제때 안 들어오면 공사비와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진다. 또 ‘중도금 무이자’를 내걸었던 시행사와 건설사는 개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집단대출 이자를 모두 시행사가 부담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자후불제로 분양된 아파트 단지의 계약자들은 입주 시점에 ‘이자 폭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100% 계약이 돼도 대출처를 못 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입지여건이 좋지 않거나 조기 완판이 어려운 단지는 분양을 대거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탄핵 정국이어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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