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천국' 만드는 미국…노조 의무가입 금지법 확산

입력 2017-02-07 19:05   수정 2017-02-08 05:02

'반(反)노조법' 적용 28개주로 늘어, 민간부문 노조 가입률 '뚝'
고용 유연성 높아진 기업들 트럼프 '경제 살리기' 동참할 듯



[ 박수진 기자 ] 근로자의 노조 의무 가입을 금지하는 노동권법(right to work)을 인정하는 미국 주(州)정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콜로라도주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가입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노조가 입을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주 절반 이상 ‘반(反)노조법’ 제정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에릭 그레이텐스 미주리 주지사(공화당)는 6일(현지시간) 주 의회를 통과한 노동권 법안에 서명했다.

미주리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그동안 수차례 친(親)기업적인 이 법안을 밀어붙였지만 민주당 소속 제이 닉슨 전임 주지사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가 지난해 11월 그레이텐스 주지사가 당선되면서 뜻을 이뤘다.

이른바 반(反)노조법이라고도 불리는 노동권법은 노조 가입 및 노조 회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다. 기업 경영자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근로자를 비교적 좋은 조건에 채용할 수 있어 친기업 노동법으로 불린다.

WSJ는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세를 보인 중서부 주에서도 최근 노동권법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2년 이래 인디애나, 미시간, 위스콘신, 웨스트버지니아주가 이 법을 채택했다. 지난달에는 켄터키주도 가세했다.

지난해 25개였던 노동권법 인정 주는 올해 28개로 늘었다. 동북부 지역 중에선 뉴햄프셔주가 처음으로 이 법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노조 가입률 33년 만에 ‘반토막’

지난해 미국 노조 가입률은 10.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미국 노조 가입률은 1983년 20.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노조 가입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는 노동권법을 인정하는 주정부가 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제조업 부문에서 23만6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지만 노조 가입자 수는 오히려 7만4000명 줄었다. 제조업 운송 서비스 등 민간 부문에서는 지난 30여년간 줄곧 노조 가입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전체 근로자의 18%를 차지하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 전체 노조 가입자 중 50%가 공공부문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 후보도 반(反)노조 성향

위기에 빠진 미국 기업 노조는 노동권법이 노조의 재정, 결속력,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켜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악화, 직무 안정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노조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고서치 대법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연방대법원에서는 지난해 2월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사망으로 유지됐던 진보 4명, 보수 4명의 균형이 무너진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캘리포니아주 비노조 교사 10명이 노조비 강제 징수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4 대 4 동수 판결을 내렸다. 동수 판결 시 하급 법원 판결을 준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원고 측이 패소하고 교원 노조가 승리했다. 앞으로는 이런 판결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 투자 유치, 통상전쟁 등을 예고하고 있다”며 “노조 지도자들은 이를 제조업 조합원을 늘릴 호재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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