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체지로 선호도 높아…가격하락 여파 미미
[ 김정훈 기자 ] "동호대교만 건너면 강남이니깐 위치가 마음에 들었어요. 역삼동 회사와도 가깝고 아이 학교도 고려했어요."
서울 강남에 직장을 둔 유모씨(남·38)는 올해 초 서울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래미안·1999년 입주) 전용면적 84㎡를 7억원에 매입해 내달 이사를 앞두고 있다. 결혼 당시 장만한 동작구 사당동의 LG아파트 전용 59㎡를 4억원에 팔고 대출을 얹어 집을 샀다.
유씨는 "삼성아파트가 옥정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역세권 단지인 데다 주거환경도 좋아 보여 이사를 결심했다"며 "옥수동은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당역 일대는 퇴근시간 교통 정체가 심하다"면서 "옥수동은 동호대교만 건너만 돼 퇴근도 수월할 것 같다"고 만족했다.
유씨가 이른바 '준강남' 또는 '뒷구정'이라고 불리는 옥수동에 매력은 느낀 것은 강남 접근성을 꼽았다. 마포구 공덕역 일대도 집을 알아봤지만 강남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한 옥수동 입지가 훨씬 좋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몇 년 사이 부동산 호황세를 등에 업고 가격이 치솟은 옥수역세권 아파트의 인기가 여전하다. 11.3부동산 대책 이후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옥수동은 쉽게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옥수역세권 단지들은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도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아파트는 전용 84㎡ 매매가가 7억원 선, 한강변과 가까운 옥수하이츠(1998년 입주)는 전용 84㎡가 8억원 안팎으로 작년 여름보다 5000만원가량 뛰었다.
입주 5년차인 래미안옥수리버젠(1821가구)은 전용 84㎡ 매매가가 9억8000만원, 전용 59㎡는 7억원을 호가한다. 강북권에서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요가 많아 시장침체 우려에도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11.3대책 직후 일부는 층수별로 1000만원 하락한 단지가 생겼지만 1000만원 오른 곳도 많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옥수동은 강남거주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투자를 많이 하는 지역"이라며 "아직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고 전세 물건도 잘 나간다"고 강조했다.
강남 접근성 외에도 일부 단지는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서 강북 인기지역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강남 거주를 원하지만 가격에 떠밀려 옥수동으로 넘어온 가구가 많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옥수동은 강남 대체재로 선호지역"이라며 "서울은 올해 공급 과잉 영향이 적어 아파트 가격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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