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환보유액 규모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3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중국의 자본 유출·위안화 약세 우려감이 금융시장을 어지럽힐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1월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9982억달러로 지난해 12월말(3조105억달러)에 비해 123억달러 줄었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월말 이후 약 6년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외환보유액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원인에 대해 '위안화 가치 안정'을 꼽았다. 위안화 환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미국 달러 등을 매도하고 위안화를 매수했다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기타 통화표시자산의 위안화 환산 가치가 감소한 영향도 받았다.
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성장 둔화로 중국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위안화는 약세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즉 중국 외환보유액이 감소 추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의미다.
미국이 올해 두 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발 자금유출이 심화될 경우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면서까지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하고 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8849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전날보다 0.36%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17일 이후 약 3주만에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환율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한 트럼프 정부의 공세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정부가 조만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적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불안감이 확산된 가운데 중국 외환보유액 3조달러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며 "3조달러가 붕괴됨에 따라 우려감은 중국 경기,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아직까진 금융시장을 위협할 만한 요인은 아니다며, 과도하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정책으로 인해 위안화는 절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배경에서다.
그는 "이에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줄어들 수 있다"며 "리스크의 확대 여부는 달러 방향성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중국 외환보유액 3조원 붕괴 소식이 아직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최근 중국 정부가 자본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고 외환시장 관리 능력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3조달러 방어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올해 중국 리스크는 내부보다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 정책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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