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스닥 공매도 금지, 나무 아니라 숲을 봐야

입력 2017-02-08 18:00   수정 2017-02-09 06:47

공정가격 형성 저해할 공매도 금지
간접투자·파생상품 거래도 위축
결국은 경제 전반 손실 야기할 것

정운수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



경제학자 조엘 월드포겔은 규제에 따른 비효율성을 ‘크리스마스 후생손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는 사람은 고민 끝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선물을 고르지만, 받는 사람의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시장의 반응 및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는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만 초래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주식시장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최근 코스닥시장 공매도 금지 논란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후생손실’에 대한 우려가 깊다. 코스닥 공매도 제한은 단순히 코스닥 개별 주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돼 경제 전체적인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매도 금지는 주가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주가 급등기에는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하락기에는 상환 매수 증가 등으로 하락을 완화하는 순기능이 있다. 공매도가 공정가격 발견과 시장 변동성 축소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폭락과 변동성의 주범’이라는 인식만으로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안정성만을 해치는 정책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둘째, 간접투자 시장이 타격을 입는다. ‘롱쇼트펀드’ 등 주식 매도·매수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 규모가 2016년 약 5126억원에 달한다. 지난 5년간 50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면 주식 매도·매수 전략을 사용하는 롱쇼트펀드 등의 운용이 어려워져 상당 규모의 포지션 청산이 불가피하다. 간접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아울러 포트폴리오를 통한 펀드 투자를 선호하는 기관·외국인의 증시 이탈을 가져오고, 이는 증권시장 전체적으로 수요 기반이 약해지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셋째, 공매도 제한 조치는 코스닥과 연계된 파생상품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근본적 이유는 위험관리다. 파생상품은 매수·매도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주식 매수+선물 매도’ 또는 ‘주식 (공)매도+선물 매수’와 같이 주식과 대칭적인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위험을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면 투자전략 중 ‘주식 매도+선물 매수’ 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선물 매수 수요가 감소하고, 결국 선물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파생상품시장 본연의 위험관리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공매도 금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배치된다. 공매도 비중이 30~40%에 달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은 공매도 금지와 같은 직접적 규제보다는 ‘공매도 보고·공시’ 등 간접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정책은 사회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한 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 코스닥 공매도 금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공매도 금지에 따라 코스닥시장과 금융시장, 더 나아가 경제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 후생손실’은 없는지 냉철한 고민과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정운수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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