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등 반대 심했지만 절충안 내며 극적 타협
[ 이심기 기자 ]
LG전자가 미국에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 새 사옥을 착공했다. LG전자는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에서 북미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3억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6만3000㎡,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새 사옥 연면적은 기존 사옥의 여섯 배로 4층과 5층짜리 두 개 건물로 구성된다. LG전자는 뉴저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무실을 통합하고 LG생활건강과 LG CNS 등 그룹 계열사도 입주시킬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는 “미국 시장이 LG전자 글로벌 매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신사옥 건립을 계기로 미국에서 1등 LG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북미 신사옥 건설을 결정한 뒤 첫삽을 뜨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LG전자는 2010년 5500만달러를 들여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의 씨티은행 전산센터 부지를 매입, 신사옥 건설에 시동을 걸었다. 높이 140피트(약 43m)의 8층 건물을 짓는다는 세부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곧바로 환경단체의 반발에 직면했다. 배후에는 미국 최대 부호 가문 록펠러재단이 버티고 있었다.
사옥이 들어서는 곳은 뉴욕 맨해튼 왼쪽 허드슨강 건너편에 있는 팰리세이즈공원의 국립자연보호지 인근이다. 과거 팰리세이즈 숲을 기증한 록펠러재단은 깎아지른 절벽이 자아내는 절경을 망치는 LG 사옥 건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상원의원을 동원하고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이후 사옥 건설 계획은 잉글우드클리프스 시의회 심의를 통과했으나 미국식 ‘정서법’을 앞세운 공사 반대 시위와 6년간에 걸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평행선 대치를 푼 실마리는 일자리였다. 뉴저지주와 잉글우드클리프스시가 적극 중재에 나섰다. 수천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LG를 놓칠 수 없었다. 결국 록펠러재단이 “3층 이상은 안 된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고, LG도 법적 하자가 없는 8층 건립계획을 대승적 차원에서 접었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는 “지역주민, 환경단체와 막판까지 대화를 통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일이 걸렸지만 LG가 미국에서 진정한 기업 시민으로 인정받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구본무 LG 회장도 록펠러재단의 자연문화유산 보호에 경의를 표한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서로의 신뢰가 쌓이도록 지원했다.
LG는 사옥 건설에서만 연 2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잉글우드클리프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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