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왜 술을 마시냐고? 더 좋은 글이 나오니까"

입력 2017-02-09 17:36  

작가와 술

올리비아 랭 지음 / 정미나 옮김 / 현암사 / 452쪽 / 1만5000원



[ 김희경 기자 ] “술을 마시면 감정이 고양되고 나는 그런 감정을 이야기로 담아내지. 맨 정신으로 쓴 소설들은 시시해. 그건 감정 없이 이성으로만 쓴 글이니까.”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술은 신비한 연금술의 세계로 이르는 통로였다. 그는 “일을 더 잘하려고 술을 마신다”고 말했고, 술에 흠뻑 빠진 채 작품을 썼다. 명작 《위대한 개츠비》는 그렇게 탄생했다.

《작가와 술》은 술을 사랑한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 술과 작가, 작품의 관계를 고찰한다. 저자는 영국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올리비아 랭이다. 그는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 횡단 여행을 하며 술과 끈끈하게 얽혀 있는 그들의 삶과 문학을 추적한다.

피츠제럴드를 비롯해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가들 중에는 술을 좋아하는 이가 유독 많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인 작가 여섯 명 중 네 명이 알코올 중독자일 정도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와인을 마셔라, 시를 마셔라, 순수를 마셔라”고 외쳤다.

이처럼 작가들이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술은 창작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묘약일까.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에코 스프링(Echo Spring)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려고요.” 에코 스프링은 버번위스키 브랜드명에서 따온 단어로 작은 술장의 별칭으로 사용된다. 상징적인 표현으로도 쓰인다. 술을 마시며 잠시나마 골치 아픈 생각을 잊고 고요하면서도 몽롱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작가들은 치열한 ‘창작의 고통’ 속에서 술을 통해 에코 스프링과 같은 작은 위안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술은 ‘창작의 기쁨’과도 맞닿아 있다. 소설가 존 치버는 “내 음주벽과 글쓰기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술이 주는 흥분과 상상이 주는 흥분은 아주 흡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술이 작가들의 인생에 달콤한 샴페인 같은 존재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독한 위스키처럼 치명적으로 그들의 삶에 파고들었고, 작가들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가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다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술은 그에게 음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독이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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