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음 / 한울 / 328쪽 / 2만4000원
[ 송태형 기자 ] “우리 조국의 수출 전선으로 나가시는 데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큰 성과를 내십시오.”
1971년 3월, KOTRA 해외주재원으로 처음 발령받아 출국하려던 김진숙 씨는 출입국 심사대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인사를 받았다. 김씨는 대만에 KOTRA 무역관을 창설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낯선 타이베이로 떠나는 길이었다. 그는 “처자식을 데리고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떠나 막막한 심정이었을 때 받은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희망과 좌절》은 수출입국(輸出立國) 시기에 무역인으로서 해외시장을 누빈 김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KOTRA에서 30년간 일하며 절반에 가까운 14년을 대만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 해외에서 근무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10년 넘게 중소기업계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수출을 도왔다.
이제 여든 살이 넘은 저자는 해외시장 개척 과정에서 영광과 굴욕,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프랑스에서 근무하던 1983년 그는 오랜 숙제로 남아있던 동유럽 사회주의권과의 관계 맺기에 성공했다. 2년여간 각고의 노력 끝에 불가리아 국영기업 불가쿠프와 한국 국제상사 간 신발류 부품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최초로 성사시킨 것.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치적 요인으로 계약 당사자인 국제상사가 공중분해되면서 어렵사리 맺은 동유럽과의 무역관계는 좌초되고 만다.
대만에서 근무할 때는 산업스파이로 봉변을 치렀고, 아프리카 출장길에서는 노상강도를 당해 큰일을 겪을 뻔하기도 했다. 1978년 소련이 한국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다음날엔 생존자 확인을 위해 핀란드 주재 소련대사관에 혼자서 들어가야 했다. 저자는 “수출입국의 사명감 하나로 뛰었고 때로는 무역일꾼 이상의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시기”라며 “오늘도 세계 곳곳의 낯선 땅에서 또 다른 희망과 좌절을 겪을 후배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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