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광주의 한 재활병원 원장이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활용한 실습을 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진 속 의사 다섯명은 팔짱을 끼고 웃는 표정으로 실습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 한 켠에는 실습한 카데바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사진만 두고 보면 시신 기증자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나 엄숙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분노감을 표했습니다. 결국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깁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기증받은 카데바 사진을 찍는 것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7조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입니다. 법 조항에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사진을 찍은 의사와 사진 속 의사들을 내부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의사들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의사들의 경솔한 행동이 국민들의 장기기증 의욕까지 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는 ‘사후기증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하지 말아야겠다’는 댓글이 달린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인체조직과 장기기증 서약 비율은 1~2%를 넘지 못합니다.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가 30~4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기증 의사를 철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생명을 살려야 할 의사들이 기증자의 숭고한 뜻마저 꺾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끝) /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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