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말해요. 물가수준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죠.
계란 3개 구입을 위한 1,000억 단위의 지폐
최근 전국적으로 극심한 조류인플루엔자(AI) 질병으로 인해 국내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계란 가격이 상승한 걸 고려해 대략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계란 한판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대략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나 혹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좀 더 보태어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계란 한판도 아닌, 단 3개의 계란을 구입하기 위해서 1,000억이라는 단위의 지폐를 사용해야 했던 나라가 있다. 바로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짐바브웨라는 국가다. 짐바브웨는 2007년 이후로 엄청난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당시 미화 1달러가 200억 짐바브웨 달러가 될 정도로 화폐가치가 폭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환율을 보자면 미화 1달러에 1,100~1,200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니 짐바브웨 달러의 경우 그 단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폐 기능을 무산시키는 극심한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말한다. 물가수준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수백 %를 넘으면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고 판단한다.
짐바브웨의 경우도 초인플레이션에 속한다. 당시 짐바브웨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200,000%에 달했다고 하니 물가가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던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당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보니 지폐에 유통기한을 표시할 정도였다. 화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손해이기에 불편하게 화폐를 사용하는 대신 물물교환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땅에 돈이 떨어져 있어도 웬만하면 줍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이자 가치 저장수단인 화폐의 본 기능이 고장 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리한 화폐발행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통화량 증가나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지출 등 총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상승되기도 하고,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생산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1970년대에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던 상황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당시 석유가격 급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비용이 증가하여 극심한 물가상승을 겼었던 적이 있다.
짐바브웨의 초인플레이션은 무리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발생됐다. 당시 짐바브웨의 경제상황은 좋지 않았다. 외국인 자산과 기업 자산 등을 무리하게 회수하려던 시도로 인해 외국자본이 빠져나갔고 외환보유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위기에 빠졌다.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통화발행을 시행했으나 무리한 통화발행이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킨 것이다. 시중에 과도하게 많은 양의 화폐가 유통되면 그만큼 통용되는 화폐단위는 커지고, 화폐가치는 하락한다.
결국 짐바브웨는 무색해진 자국 화폐의 기능을 되찾고자 몇 번의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2009년 2월에는 1조 짐바브웨달러를 1 짐바브웨달러로 화폐 단위를 절하하는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 denomination)을 시행했다.
김민정 < KDI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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