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조아라 기자 ] 빵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밀이나 보리 등에 들어있는 ‘글루텐(Gluten)’이라는 단백질 성분 탓이다. 특이체질인 사람이 글루텐을 먹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세종대생 송성례 씨(25·사진)가 그랬다.
글루텐 민감증을 앓는 송씨의 선택은 보통 사람들과 달랐다. 빵 먹는 걸 포기하는 대신 직접 빵을 만들었다. 물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빵으로. 스승은 유튜브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글루텐 없는(글루텐 프리) 빵을 따라 만들곤 했다.
이 아이템이 먹혔다. 송씨는 재학 중인 대학이 개최한 교내 창업경진대회 상을 휩쓸었다. 글루텐 프리 빵이라는 특이한 아이템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내친 김에 창업했다.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따 ‘써니과자점’으로 이름 지었다.
그는 창업경진대회 입상으로 받은 상금 1000만원에 자취방 보증금 등을 얹은 3000만원을 밑천으로 창업했다. 월세가 저렴한 곳을 찾느라 서울에서 나와 경기도 구리에서 가게를 열었다.
사실 송씨의 아이템은 꽤 숙성된 것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제빵 레시피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10만명이 블로그를 찾았다. ‘써니’표 빵은 식이장애나 당뇨를 앓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빵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게시글에는 받고 싶다는 댓글이 1000개씩 달렸다.
“전부 손으로 반죽해 빵을 만들어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 한정 수량만 팔고 있죠. 가끔 밀가루만 안 들어가면 글루텐 프리 빵이라고 오인해 잘못 만들어진 빵도 있더라고요. 써니과자점의 모든 빵은 밀가루나 유제품, 흰 설탕이 일절 들어가지 않은 ‘진정한 글루텐 프리 빵’이라고 자부합니다.”
26.5㎡(약 8평) 공간에 직원 2명을 두고 온·오프라인 영업을 병행한 써니과자점은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 온라인 판매 개시 때 1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송씨는 “내가 글루텐 민감증을 앓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글루텐 프리 빵을 찾는 고객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한때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동했지만 개인 사정상 그만뒀다. 하지만 그때 만난 소속사 직원들은 지금도 써니과자점의 응원군으로 남았다.
김봉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kbk9·rrang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