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보다 10조원 더 걷혀
잉여금 8조원…2년째 흑자
기업실적 개선·소비 증가
부동산시장 호조 등 영향
[ 김주완 기자 ]
지난해 정부가 쓰고 남은 돈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금이 목표보다 10조원 가까이 더 걷혔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호조, 소비 증가,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이 ‘세수 풍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시중에 만연한 ‘비관론’과 달리 경기 전반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 가계부 8조원 흑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2016 회계연도 총세입·세출부’를 마감하고 이 같은 내용의 지난해 정부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345조원으로 전년(328조1000억원)보다 16조9000억원 늘었다. 총세출은 같은 기간 319조4000억원에서 332조2000억원으로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세입액에서 총세출액, 이월액을 제외한 세계(歲計)잉여금은 8조원 흑자였다. 2007년(16조5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그만큼 지난해 1년간 정부의 자금 사정이 넉넉했다는 뜻이다.
세계잉여금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적자였다가 2015년(2조8000억원)에 흑자로 돌아섰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추가 교부, 채무 상환, 공적자금 출연 등에 쓰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 등 법률에 정한 용도로 모두 사용해도 1조원 정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산출된 세계잉여금 여윳돈은 향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예상 넘는 세수 풍년
세계잉여금이 급증한 것은 세수가 예상보다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정부 목표치(예산 기준)보다 9조8000억원 많았다. 초과 세수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2015년 국세 수입(217조9000억원)보다도 24조7000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 규모로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가 목표치보다 가장 많이 늘었다. 5조2000억원 더 걷혔다. 지난해 수도권의 부동산 거래량이 전년보다 4.9% 증가하는 등 부동산시장 호황 덕에 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2조6000억원 더 징수됐다. 명목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도 예산안 기준보다 1조8000억원 늘었다.
부가가치세수도 2조1000억원 추가 징수됐다. 민간소비(2.4%)가 전년보다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법인세는 목표치보다 7000억원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법인의 세전 순이익은 2014년 5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3조4000억원으로 18.7% 증가했다.
떨어지는 정부 예측 능력
반면 수입 부진으로 관세는 목표치보다 2000억원 덜 징수됐다. 유 부총리는 “저유가에 따른 법인 실적 호조,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 일시적 요인으로 세수가 예측보다 많이 증가했다”며 “일시적 요인 등을 빼고 늘어난 세수가 3조~4조원인데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수 예측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세수 전망치에서 크게 엇나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추경을 편성하면서 작년 세수 목표치를 한 차례 수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9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배인 19조7000억원이 더 걷혔다. 5개월 후 세수 상황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하반기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세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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