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시인(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아홉 번째 시집 《아버지의 형이상학》(예술가)을 펴냈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겪은 깊은 고뇌를 시집에 담았다. 박 시인은 ‘시적 형이상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존재의 본질이 비존재에 근거해 있다는 ‘존재의 비밀’을 열어준다.
수록작 ‘리어카인생 50년이면’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다. 50년 동안 / 연탄 배달하다 돌아가셨다. / 리어카를 뒤에서 밀던 나는 막걸리를 마신다 // (중략) //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셔서 리어카를 밀라 하신다. / 50년 동안 리어카를 끄셨으니까 갈 데가 없으셨다 / 리어카가 인생의 전부였던 인생. / 막걸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 막걸리를 50년쯤 마시면 내가 아버지 같이 된다? / 막걸리가 인생의 전부였던 인생.”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아버지는 무의미한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아들로도 대물림됐음을 지적한다.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박 시인은 시적 형이상학이란 이름으로 모든 존재의 본질이 비존재에 근거해 있다고 해석하면서 존재의 비밀을 열어주는 메신저”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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