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들리나요? 외면해선 안 될 아픈 손가락의 이야기가

입력 2017-02-13 18:05   수정 2017-02-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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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정 감독 영화 '눈길' 3월1일 개봉
김향기·김새론 주연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작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을 소재로 한 영화 '눈길'은 우리가 이 '역사의 아픈 손가락'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시사한다.

'눈길'은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종분(김향기)과 부잣집 막내딸 영애(김새론)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면서 벌어지는 가슴시린 우정을 다룬 영화다.

13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투톱으로 극을 이끈 두 아역배우 김향기, 김새론의 호연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한 위로가 빛났다.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극화하는 데 대해 연출을 맡은 이나정 감독, 시나리오를 쓴 류보라 작가, 그리고 배우 김향기, 김새론의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김향기와 김새론은 "역사를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용기를 내 촬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새론은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표현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나정 감독은 "위안부 소재는 숙제와 같았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 데다가 상처와 피해를 받은 분들이 생존해 계신다. 이를 영화적 볼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것 같아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애썼다"라고 설명했다.

'눈길'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성적인 폭력 장면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이는 미성년자인 두 배우와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이 감독은 "미성년 배우가 성폭력 관련 영화를 촬영할 때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 관건이었다"라며 "일본군과 피해자 역을 분리해 촬영하도록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드라마로 먼저 제작돼 2015년 KBS 1TV 광복 70주년 특집극으로 대중에 먼저 선을 보였다.

이 감독은 "제작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면서 "방송 후 영화 개봉을 위해 편집했다. 영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뤄진 위안부 협상 타결 문제에 대해 "위안부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됐다고 본다"라며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울 수 있는지, 그들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로 인해 힘을 내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류보라 작가는 "여전히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사과는 때린 사람이 미안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당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류 작가는 "몇십 년 전 힘이 없어 당했던 위안부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무관심과 폭력적 상황 속에 놓여있는 분들을 생각해보고 그들을 연대하며 희망이 생기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김향기는 '눈길' 촬영 당시 고작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시절이었는데 작품을 하면서 역사의식이 깊어졌다"면서 "영화를 통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중이 기억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눈길'은 오는 3월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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