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 전원 영장청구 여부 원점 재검토"
[ 김현석 / 박한신 기자 ] 삼성그룹 수뇌부의 집단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한 달 만에 재소환 조사한 데 이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을 모두 한꺼번에 신병처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검찰과 특검의 계속된 수사로 임원 인사 등 각종 의사결정이 마비된 상태가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삼성의 사업 곳곳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검은 13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불러 조사한 지 한 달 만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 출두해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어 15시간 반에 걸친 조사를 받은 뒤 14일 오전 1시께 귀가했다. 특검은 최순실 씨 측에 대한 추가 지원 의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삼성물산 주식 매각 수량을 줄여줬다는 의혹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승마협회 부회장)도 13일 소환됐다.
특검은 1차 수사 시한이 이달 28일로 다가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포함, 다른 고위임원 영장 청구 여부도 조속히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 고위임원은 불구속 기소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신병처리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 사장 등 수뇌부 전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들에 대한 신병처리는 오늘 조사 이후에 원점에서 재검토해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주 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지금까지 피의자로 입건한 삼성 수뇌부와 임원은 이 부회장, 최 부회장, 장 사장, 박 사장, 황 전무 등 5명으로 알려졌다.
수뇌부가 모두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경영은 멈춰선 지 벌써 다섯 달째다. 사장단·임원 인사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 계열사 감사와 경영컨설팅 등은 모두 중단됐다. 계열사와 사업부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의사결정만 이뤄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 단위의 일상적 업무만 돌아갈 뿐 대외 업무는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가 길어지면서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참석 등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작년 말 이 부회장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 회동에 초청받고도 특검의 출국금지로 참석하지 못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상관이 없는 순환출자 건을 들춰내 엮어넣으려 하고 있다”며 “먼지떨기식 별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현석/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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