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맹목적 탄소감축 정책은 수정해야

입력 2017-02-13 18:12   수정 2017-02-14 09:42

"매력적이지만 한계 많은 신에너지
타성 젖은 투자론 지속성장 못해
기존 에너지 스마트화가 현실적"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경제학 명예교수 >



에너지와 기후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파리협정 탈퇴 추진, 석탄산업 부흥, 석유·가스 최대 생산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규제완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이다. 이론적으로 에너지부문의 시장실패는 빈번하기 때문에 정부 공익규제가 당연하다. 그러나 대개는 과도한 경우가 많아 정부실패를 가져오고, 관료주의 만연으로 시장실패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는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는 고려한 것이다. 파리협정 탈퇴도 향후 규제요인 사전제거를 위한 것이다. 물론 중국, 유럽 등의 반발과 국제질서 주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서 완화소지는 있다. 그렇지만 ‘미국 우선 에너지계획’은 이미 취소불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 창출 가능한 거대한 편익을 도로 등 인프라 건설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공식화하면서 신정부 최대 초기성과로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에너지산업 육성과 규제완화를 발표했다. 올해 약 14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철 지난’ 녹색성장개념에 머물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지속 그리고 약간의 새로운 에너지산업(스마트그리드 등) 육성이 주요 내용이다. 어쩌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37% 감축이라는 파리협정 의무달성 실행계획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완화도 소규모 신재생사업자 응급지원과 일부 정책실패 보완에 그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유럽연합(EU)보다 3배나 비싸고, 청정 천연가스산업은 방치돼 퇴보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사례에 비춰보면 지극히 관료적이며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

더욱이 단기성과는 도외시한 채 당장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장기대책 위주다. 투자만 있고 복지창출이 없는 ‘혁신의 역설(innovation paradox)’이 우려된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 특성 등 기술 그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실용화를 통한 국부창출에는 한계가 많다.

2015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10년 전보다 3배로 증가했다. 경제성을 도외시한 각국 정부투자(보조 포함)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문 민간 벤처투자는 지난 5년간 70%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실리콘밸리 신재생벤처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가 상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맹목적 기존관행’에 얽매인 신에너지투자 확대로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달성과 파리협정 목표달성은 물론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점의 단기 극복방안은 불확실성이 적은 ‘기존 에너지의 스마트(smart)화’를 통한 청정화와 국부창출 확대가 유일하다. 미국의 청정석탄(clean coal) 개발, 셰일가스 증산과 가스발전 증설 등이 좋은 사례다. 그리고 장기대책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회수와 같은 획기적 지구공학 기술개발에 있다.

우리도 이제 투자실패가 뻔히 보이고 시대변화에도 어긋나는 경직적 신에너지산업 육성관행은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혁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큰 기존 투자관행은 한시바삐 수정해야 한다. 그 대신 신재생 활용 청정 도시재생사업과 방치된 수백만 비상발전기의 청정복합가스발전 전환과 같은, 불확실성이 적고 당장 국민이득으로 연계 가능한 사업들을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에너지신산업을 에너지 분야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에너지·정보통신 융합을 통한 제3차 산업혁명을 넘어 국민생활과 사회운용 체계까지 바꿀 제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관료화된 이해집단의 비전문적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경제학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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