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업계가 ‘링거’라 불리는 기초수액을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제외해달라고 나섰다. 올해부터 제약사가 기초수액 등 퇴장방지 의약품을 정부가 정한 최고 가격의 91% 미만으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체로서는 제약사에서 기존 가격보다 비싼 도매가격에 기초수액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경제성이 없는 의약품을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일정 부분 원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면 피해는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91%라는 가격하한선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적발 횟수에 따라 1~6개월 업무정지를 당하고 네 차례 이상 걸리면 허가 취소를 받는다.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도매가격에 수액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도매상은 “중소의원 시장에서 수액 물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제약사와의 거래 관계에 따라 15~20% 정도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기초수액을 공급받아왔다. 제약사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전국 3만여개 중소의원의 의약품 유통을 장악한 도매상들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가격에 납품했다. 자사의 다른 의약품을 잘 팔아달라는 일종의 끼워팔기식 행태이기도 했다.
의약품 유통업계의 주장을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기초수액은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기초수액은 수술이나 입원한 환자에게 수분 전해질 당 등 기본적인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쓰인다. 정부가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약품이지만 1L에 1000~1300원 수준으로 가격이 낮다.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어서다.
기초수액이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제외되면 가격을 마음대로 높일 수 없는 제약사들은 기초수액을 생산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의약품 유통업계의 요구가 지나치게 느껴지는 이유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의약품 도매상에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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