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 향상 등 머리 맞대…해외나눔봉사활동도 펼쳐
[ 오경묵 기자 ] “한의사와 의사 간 직능단체 갈등, 그런 거 없습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회의를 할 때 한의사협회장이 나눠주는 공진단을 하나씩 먹고 시작합니다.”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 겸 대구의료관광진흥원장은 14일 대구 의료계의 단결을 보여주는 사례를 이렇게 소개했다.
대구 의료산업이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데는 의료분야 민관 공동협력기구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힘이 컸다. 협의회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가 유치된 2009년 6월 발족했다. 협의회에는 의사,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5개 직능단체와 대학병원 종합병원과 의료산업 관련 기관단체 대표가 참여한다. 차 회장은 “17개 단체 대표와 대구시 경제부시장, 미래산업본부장 등 19명이 매달 모여 활동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며 “이런 협력 사례는 국내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차 회장은 “대구가 전통적으로 의료가 강한 도시였지만 수도권에 비해서는 취약한 점이 많았다”며 “수도권을 능가하기 위해 뭉쳐서 한번 해보자는 의기가 투합돼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협의회는 형식적으로 갖는 모임이 아니다”며 “기획·의료서비스·의료질·임상윤리 등 위원회별로 메디시티 대구의 전략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시티 대구의 전략과 미래를 고민하면서 격의 없는 소통으로 대구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차 회장은 대구시가 2014년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연속성을 갖고 의료산업을 지원한 데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이 전 김범일 시장 때 시작된 것이지만 권영진 시장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대구의 의료산업을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키워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7년간 협의회를 적극 지원해 온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 시 공무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대구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중소병원 대표들이 바쁠 때는 병원을 직접 찾아가 정책을 논의했다. 중소 의료기관이 해외 진출할 때는 주말과 휴일을 마다하고 동행해 시 정부의 힘을 실어줬다.
협의회는 2012년 대구에 투자하는 기업의 임상을 지원하고 약품과 기기를 우선 구매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기업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업 육성과 초기 시장 창출 전략이다. 협의회는 병원별로 순회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다. 기업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주력상품 설명회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병원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신생 기업의 어려움을 제도적으로 해결한 사례다.
대구시와 협의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의료교육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유치된 의료기술시험훈련원과 K-메디컬 의료인력통합연수센터를 활용한 전략이다. 대구에서 국내외 의료인력이 교육 훈련을 받게 되면 대구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의료기기에 익숙해져 메디시티 대구의 잠재적 고객이 되게 하는 전략이다.
협의회는 5개 단체가 공동으로 해외나눔의료봉사활동을 펼친다. 메디시티협의회 기획위원회 간사인 김건우 대구파티마병원 해외의료사업실장은 “최근 대구 의료산업의 활기는 대구 의료기관들이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신뢰도 그리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협의회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협력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2015년부터 거점병원 2곳과 협력병원 40개를 지정해 커뮤니티를 구축, 협력하고 있다.
김 실장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해외나눔 의료봉사는 하나의 거대한 병원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규모”라며 “60여명의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와 간호사들이 첨단의료기기와 침, 뜸, 치과체어, 방사선치료기를 갖고 펼치는 종합적인 의료봉사”라고 소개했다. 김 실장은 “이런 노력이 밀알이 돼 대구 의료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의료관광객 유치 20만명, 의료기관 해외 진출 100개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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