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3200억 또 '급전'…바닥 드러낸 '곳간'

입력 2017-02-14 17:59  

선박 건조자금 인출
산은·수은 한도성 여신 중 남은 7000억서 추가 대출
자금 지원할 여력 한계 봉착

수주 절벽에 '4월 위기설'
4월 4400억 회사채 포함 올해 9400억 만기 돌아와

신규 수주 끊긴 상황서 선박 대금 회수도 불투명
유동성 위기 심각해질 듯



[ 김일규 / 이태명 기자 ]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200억원의 ‘급전’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서다. 이로써 2015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대우조선 지원 한도 4조2000억원 가운데 3조8200억원이 투입됐다. 대우조선이 쓸 수 있는 남은 한도는 3800억원에 불과하다.

◆남은 한도 7000억원→3800억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이달 초 산업은행에서 100억원, 수출입은행에서 3100억원 등 320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오는 3월 말까지 필요한 선박 건조대금 명목이다. 이 돈은 정부가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원에 포함된 금액이다.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을 통해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을 통해 1조6000억원을 한도성 여신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도성 여신은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이다.

두 국책은행은 이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3조5000억원을 대우조선에 투입했다. 산업은행이 2조4000억원(대출 2조원, 유상증자 40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1000억원(대출)을 지원했다.

4조2000억원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남은 돈은 7000억원으로 금융당국은 이를 최후 보루로 여겼다.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는 자금 부족분을 이 돈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번 추가 대출로 대우조선이 두 국책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380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7000억원 한도 내에서 수시로 돈을 빌려주고 상환을 받고 있다”며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대우조선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월 이후’가 걱정인 금융위

하지만 시장에선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이 4월부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갚을 여력이 있느냐는 게 위기설의 요지다. 만기도래 회사채는 4월 4400억원,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등이다.

일각에선 정상기업으로 분류해놓은 대우조선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넣어 채무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기도래 회사채와 관련해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개인투자자에게도 손실을 분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자율협약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사채권자 집회 개최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선 근본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4조2000억원 지원 계획을 짤 때만 해도 대우조선을 제2의 SK하이닉스로 회생시킬 수 있다고 봤는데, 지금 상황은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처럼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길이 안 보인다”고 했다. 결국 정치권에 대우조선 해법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선주자들에게 지원 여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얘기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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