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주식시장도 반기업 정서가 걸림돌…상속세 부담 낮추면 소액주주도 이익"

입력 2017-02-14 19:33  

경영권 상실 우려 없어야 주주 이익 신경쓸 수 있어


[ 송형석 기자 ] “주식시장에도 반(反)기업 정서가 있어요. 기업에 정이 안 가니까 주식을 오래 들고 있기 싫은 것입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에게 국내 주식시장에 만연한 불신과 패배주의의 원인을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한국은 제도적으로 미국의 니프티피프티(미국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50개 우량주)처럼 투자자에게 믿음을 주는 상장사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현재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증권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쳐 금융시장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지목한 국내 기업 생태계의 제도적 결함은 상속세였다. 기업 오너가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주려면 보유 주식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율이 55%인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은 더 가혹하다. 가산세율이 더해지면서 보유 지분의 65%로 세율이 뛴다. 오너의 지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쉽게 상속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황 회장은 “세금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세금을 낸 뒤 경영권을 지키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며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합병해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등 다양한 꼼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오너 가족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시장이 기업 구조개편 이슈를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상장사의 구조를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금을 쟁여두기 위해 배당이나 투자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같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재료들이다. 황 회장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설명만으로 소액투자자를 다독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긴 힘들다고 했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반기업 정서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주체가 기관투자가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황 회장은 “기관투자가가 주주 이익을 대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주자본주의가 성숙해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상장사가 주주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국내 상장사의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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