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처난 전경련, 해체해야 하나

입력 2017-02-15 17:32  

박정웅 < 메이텍 대표·전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조성했단 이유로 폐쇄의 벼랑에 몰려 있다.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뜻이라니 기업이나 전경련이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일은 명분과 모양새는 달랐지만 흔히 있었던 일이다.

이번 사태는 리더십 문제에서 발생했다. 전경련 회장과 회장단은 이번 같은 민감한 사안에선 문제의식을 가지고 감독에 나서야 했다. 전경련이 정치권과 권력 실세로부터 그럴듯한 명분의 사업들에 대해 모금 압력을 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예컨대 전두환 정부 후반기 ‘공업발전기금’ 출연 창구 역할 요청이 전경련에 떨어졌다. 당시 전경련 회장단은 명분 없이 기업에 출연 부담을 강요하는 이 사업은 공업발전기금이 아니라 일종의 ‘공갈 기금’이라고 반발하며 끝까지 저지했다.

전경련은 규제개혁에 대해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할 때도 많았다. 회장단 일부는 후환을 염려해 이를 보류할 것을 주장하곤 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은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면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에서 항의가 오면 회장단의 다른 사람들은 다 반대했는데 회장인 내가 혼자 우겼다고 하시오”라고 말했다. 요즘 전경련에 아쉬운 리더십이다.

전경련은 한국 사회 발전에 필요했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울산 공업단지와 마산 수출자유지역 설립 계획을 주도해 중화학공업 발전의 온상과 수출 공단의 효시를 만들었다. 건강보험공단과 에너지공단도 전경련이 주도했던 사업이 발전해 설립된 단체다. 두 단체는 전경련보다 몇백 배 큰 기구가 돼 국가에 봉사하고 있지만 이런 얘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88서울올림픽 유치 등 전경련은 경제와 관련된 영역 밖이라도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서슴지 않고 나섰다.

전경련의 존재 가치를 무시한 채 이번 사태만 갖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해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조직이 책임자 잘못으로 설립 취지에 반하는 일을 해서 사회에 누를 끼쳤다면 그 당사자들한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60년 가까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전경련을 한 시기의 시대 상황에 휩쓸려 해체의 길로 몰아붙이는 것은 어떤 이해 집단의 입장을 떠나 우리의 큰 손실이다.

박정웅 < 메이텍 대표·전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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