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는 이미 영업
호텔만 새로 짓는데도 논란
이재명 "지역상권 초토화"
윤장현 "주민들 숙원사업"
[ 강영연 기자 ] “중소상인의 밥그릇을 빼앗고 지역상권을 초토화할 복합쇼핑몰 입점에 반대한다.” (14일 이재명 성남시장)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선거와 연계해 정치권에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5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광주신세계 복합시설(조감도) 건설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와 같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선 주자와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단체장 사이에 끼여 유통업체는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장이 먼저 투자 요청
2015년 초 윤장현 시장은 신세계그룹에 특급호텔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광주시는 특급호텔 건설이 시급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나주로 이전하면서 가까운 광주에서 각종 국제회의와 행사 등이 열릴 예정인데 회의 및 숙박 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호텔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 인구와 관광객 등을 따져봤을 때 적자가 불가피해 보였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광주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해온 신세계그룹은 가능성을 봤다. 기존 시설에 특급호텔이 연계되고 향후 면세점까지 입점하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시와 의견이 일치했다. 그해 7월 광주신세계는 지구단위계획을 신청했다. 하지만 금호월드쇼핑센터를 비롯한 주변 상가 상인들이 반발했다. 상인들의 민원을 받아들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발 백지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신세계에 보냈고, 신세계는 계획을 철회했다.
광주시는 다시 요청했고, 신세계그룹은 1년4개월의 재검토 끝에 지난 1일 기존 계획보다 면적을 40% 줄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정치권이 다시 나섰다. 을지로위원회는 복합시설 건립에 반대 견해를 내놨고, 대선 주자로 뛰고 있는 이재명 시장은 14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윤 시장은 바로 다음날 이 사업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며 정치이슈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상가 반대…전통시장은 찬성
이 시장 등은 주변 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20년 전부터 광주에서 영업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급호텔만 더해지는 ‘복합시설’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전통시장 등에서 일하는 소상인은 오히려 찬성하고 있다. 광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 상권이 살아나고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해서다.
신세계는 광주상공회의소, 복합시설 반경 3㎞ 이내 전통상권인 화정동 서부시장, 양동시장과 함께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대형 점포는 면적을 10% 이상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점포 반경 1㎞ 이내 전통상업구역 내 상인들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다. 개발 이후 예상되는 상권 변화와 교통 수요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도 하고 있다. 윤 시장은 지구단위계획과 교통영향평가, 건축 심의 등 시 차원의 행정절차는 “늦어도 올해 마무리하겠다”며 사업 시행 의지를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역 발전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이미 계획서에 담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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