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 중 하나가 ‘이중항체’ 기술이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항체(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 등에 대항하는 단백질)가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면서 면역세포가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와 단일 치료제를 쓰는 것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새로 발표한 기술도 이중항체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70여개의 이중항체 기술이 연구개발(R&D)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L바이오는 발 빠르게 이중항체 R&D를 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전임상 단계인 한미약품보다 개발 속도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사진)는 15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함께 이르면 상반기 안에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BL바이오가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치료제는 ‘ABL001’이다. ABL001은 대장암 난소암 등을 공격하는 항체와 혈관 생성에 도움을 주는 항체 두 개로 이뤄졌다. 로슈의 표적 치료제 아바스틴에 면역 치료 효과를 더한 셈이다. 대장암 난소암 등 항암 치료에 쓰이는 아바스틴은 세계에서 7조원어치 이상 팔린다. 이 대표는 “전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며 “아바스틴 외 다른 블록버스터 치료제에 추가로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로 파킨슨병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는 혈뇌장벽(BBB)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ABL바이오는 치료 항체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찾았다. 이 후보물질에 이중항체 기술을 결합해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설립된 ABL바이오가 이처럼 R&D에서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이 대거 포진해 있는 덕분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핵심 연구진이 한화케미칼 출신이다. 이 대표는 노바티스 제넨텍 아스트라 제네카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바이오 벤처기업 파멥신을 공동 창업했다. 2013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지만 한화가 바이오사업을 접으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이때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이 ABL바이오에 합류했다.
벤처캐피털도 ABL바이오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ABL바이오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DSC인베스트먼트에서 총 90억원을 투자받았다. 신생 벤처기업으로는 비교적 큰 투자 규모다. 이 대표는 “개발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