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운명의 하루'] 법조계 "뇌물죄 소명 1차때와 달라진 게 없어…죄목만 추가했을 뿐"

입력 2017-02-15 18:42   수정 2017-02-16 05:13

이재용 부회장 오늘 영장심사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새로운 물증·진술 없으면 영장발부 쉽지 않을 것"

특검 "3주간 보강수사…여러 증거 확보했다"



[ 박한신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법조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검 측은 보강수사를 했다고 하지만 “법리적으로만 보면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여론의 압박에 밀리면 정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17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뇌물 전제 혐의 적용은 무리”

다수의 법조인이 이 부회장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1차 청구 때와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영장에 적시된 주요 혐의는 여전히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국회)이다. 법원이 지난달 19일 한 차례 ‘퇴짜’를 놨던 내용들이다. 법원은 당시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 지원 경위에 관한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혐의의 큰 줄기인 뇌물공여죄 구성은 첫 번째와 다른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공여액도 430억원으로 1차 청구 때와 같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뇌물공여액에는 (삼성과 최순실 씨 간) 기존 계약에 포함된 금액만 들어갔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혐의의 기본 틀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곁가지로 파생된 의혹들만 얹었다”며 “판사만 바뀌는 셈인데 같은 사안을 놓고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검이 새로 추가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이다. 삼성전자가 최씨 측 비덱스포츠와 계약을 맺고 전달한 돈이 ‘뇌물’인 데도 정상적 용역거래인 것처럼 허위로 꾸며 최씨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게 특검 측 논리다. 또 이를 독일에서 은닉·처분했기 때문에 재산국외도피죄가 성립된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런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삼성의 최씨 지원이 뇌물이라는 전제로 혐의를 적용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는 “뇌물이기 때문에 범죄수익이고, 범죄수익을 은닉했기 때문에 죄가 있다는 논리지만 1차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이라는 전제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씨 지원이 뇌물이라는 법리를 근본적으로 보강한 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영장이 발부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장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특검의 추가 혐의도 물증보다는 정황에 의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조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증거 효력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만으론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여론 의식 땐 결과 달라질 수도”

법원이 여론을 의식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추가 혐의 자체가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특검이 영장 재청구를 통해 여론을 압박하는 동시에 판사에게 영장발부 명분을 주기 위해 새 혐의를 추가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법원은 특검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 두 번째 영장을 청구하자 “추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결국 영장을 내줬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장)만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박 사장은 최씨와 직접 만나 지원을 주도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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