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웠지만 수익성 떨어져"
[ 윤정현 기자 ]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린 증권사들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전년 대비 뚝 떨어졌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합병으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로 몸집(자기자본)이 불어나면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5개 증권사의 지난해 평균 ROE(잠정실적 기준)는 3.28%에 불과했다. 전년 평균인 7.03%의 절반 수준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는 당기순이익을 연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ROE가 높을수록 투입된 자본 대비 순이익을 많이 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수익이 줄고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든 데다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기 위한 합병,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면서 ROE가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새출발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합병 비용 부담 때문에 순이익은 전년 대비 94.7% 줄어든 16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5년 각각 7%, 6%였던 ROE가 통합 후 0.3%로 내려앉았다.
현대증권과 합친 KB증권도 자기자본이 4조1000억원 규모로 늘었지만 지난해 4300만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로 올라선 삼성증권도 ROE가 2015년 7.9%에서 지난해 4.7%로,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8.6%에서 6.3%로 각각 줄었다. NH투자증권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2015년(4.8%) 대비 ROE가 개선됐지만 5.1%에 그쳤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IB 육성방안 도입에 따른 신규 사업에서 당장 수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올해 대형사들은 IB와 자기매매(PI) 비중 확대로 수익성 높이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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