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발전소 수두룩
가동률 2013년 이후 내리막길
민간발전 7곳, 5707억 흑자서 1년 만에 1018억 적자전환
정부의 빗나간 수요예측
발전소 늘렸는데 소비 둔화
수급 불균형에 공급과잉 우려
[ 주용석 기자 ]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이 지난해 역대 최저인 38%대로 곤두박질쳤다. 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발전사들은 “최고 성수기인 겨울철에도 노는 발전소가 수두룩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돼 적자를 낸 곳이 적지 않다.
15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소 가동률은 38.8%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05년 이후 최저치다. LNG발전소 가동률은 2013년 67.1%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NG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은 발전소를 돌릴 때 정부 방침에 따라 발전단가가 싼 순서대로 돌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발전단가가 싼 석탄, 원자력 발전소는 거의 언제나 가동되지만 그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LNG발전소는 가동이 중단될 때가 많다.
국내 LNG발전기는 작년 말 기준 78기다. 이 중 민간 발전사 8곳이 20기의 발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 계열(한국전력 계열) 발전사는 LNG발전소 외에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LNG발전소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석탄, 원자력 발전소를 돌리면서 버틸 수 있다.
반면 민간 발전사는 LNG발전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해 가동률이 떨어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주요 7개 민간 발전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18억원 적자였다. 1년 전 같은 기간 570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포스코에너지, 포천파워, 동두천드림파워, 에스파워, 평택에너지서비스 등 5개사는 적자를 냈다. SK E&S는 흑자 규모가 5671억원에서 554억원으로 90.2% 줄었다. GS EPS만 유일하게 205억원에서 332억원으로 이익이 늘었지만 이는 당진바이오매스발전소(신재생에너지발전소)의 영향이 컸다. LNG발전소(당진 1·2·3호기)만 따지면 실적이 좋지 않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매물로 나오는 LNG발전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매각을 추진 중이고 에스파워 대주주인 삼천리그룹은 보유지분 51%를 2대 주주(49%)인 한국남동발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NG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과도한 수요예측 탓이 크다. 정부는 2011년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민간에 비교적 단기간에 지을 수 있는 LNG발전소 건설을 독려했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전력 소비가 둔화되면서 노는 LNG발전소가 늘었다.
공급 과잉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발전설비(공급)는 전년보다 8%가량 늘어난 데 비해 전력 소비는 2.8% 증가에 그쳤다. 올해는 공급이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0월부터 LNG발전소에 지원하는 보조금(기준 용량요금, CP)을 ㎾h당 7.6원에서 9.8~9.9원대로 올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전력거래소가 2014년 외부 기관(숭실대)에 의뢰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LNG발전소의 적정 보조금은 가스터빈 발전기가 ㎾h당 11.68원, 복합 발전기(가스터빈+증기 발전기)가 ㎾h당 15.26원이다.
민간 발전소들은 발전단가를 중심으로 발전소 가동 순위를 정하는 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 발전소 관계자는 “LNG는 친환경 연료인 만큼 환경 오염이 거의 없지만 원전은 방사능 오염, 석탄 발전소는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 문제가 적지 않다”며 “발전 단가 외에 이런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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