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좀 안다’는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캠핑 시 챙겨야 할 필수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꼽는다. ESS는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휴대용 배터리의 덩치와 용량을 키워놓은 형태다. 코엔이 개발한 ESS인 ‘파워라이저’는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기 위한 USB 단자 외에도 캠핑용구를 가동하기 위한 시가잭 등 다양한 방전단자를 갖췄다.
조운대 코엔 대표(사진)는 “파워라이저 하나면 밤새 조명은 물론 전기장판 등 전열 기구도 쓸 수 있어 추운 야외에서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 연구과제로 기술개발
코엔은 2004년에 설립된 디자인 전문회사다. 코엔은 2013년 중소기업청 연구과제로 노약자용 전기자전거를 개발하면서 배터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페달만 돌리면 전기의 힘이 더해져 노약자도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모델이었다.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세 바퀴를 달고 회전 방향에 따라 자전거를 기울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전기자전거에 필요한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얻은 배터리관리(BMS) 기술을 썩히기엔 너무 아까웠다. 핵심 기술은 배터리팩을 채우는 작은 배터리 각각의 충방전 정도를 관리해주는 것이었다. 이 기술이 없으면 충방전을 반복할 때마다 배터리팩의 용량과 수명이 줄어든다. 배터리팩 회사들도 탐낼 만한 고급 기술이었다.
◆“외국산보다 가볍고 효율적”
처음에는 포장마차에서 사용하는 휘발유 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막상 시장 조사를 해보니 새롭게 뜨는 시장이 있었다. 캠핑 시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 인구는 약 500만명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1200여개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미국 업체인 골제로였다. 코엔은 골제로 제품을 벤치마킹하면서 독자적인 장점을 더하기로 했다. 먼저 골제로보다 더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차 없이 배낭만 메고 캠핑하는 사람들은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골제로가 쓰는 무거운 납축전지 대신 코엔은 AA건전지를 닮은 가벼운 배터리셀을 썼다.
가장 작은 크기의 파워라이저 제품인 ‘KE-120’은 무게가 1.2㎏이다. 밤새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켜도 거뜬하다. 골제로 캠핑용 주변기기와 호환되도록 12V 직류 출력단자도 넣었다. 이미 구입한 주변기기와 혹시 호환이 되지 않을까봐 파워라이저 구입을 망설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엔은 파워라이저와 함께 쓸 수 있는 태양전지판도 내놨다. 28W급 태양전지판 1개를 펼쳐놓으면 120Wh 용량의 파워라이저를 4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낮에 충전하고 밤에 사용하면 며칠이고 쓸 수 있다.
◆방산·ODA 시장 진출
코엔은 오는 3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7 캠핑&피크닉페어’에 참가해 파워라이저의 마케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약 7억원이다.
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대형 생활용품 판매업체인 홈디포에 파워라이저 납품을 협의하고 있다”며 “방산과 공적개발원조(ODA) 시장을 위한 맞춤형 제품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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