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를 열면 가지각색 쌀들이 나란히 줄을 서 있다. 클로렐라쌀을 먹을까, 고시히카리를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블루베리가 함유된 흑미 페트병을 꺼낸다. 백미와 적당히 섞어 밥을 지으니 군침이 돈다. 20kg짜리 포대를 사 놨다가 쌀벌레에 고생하던 때가 아득히 먼 옛날 같다.
유통업계가 매년 줄고 있는 쌀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 나섰다. 1인 가구를 위한 페트 포장부터 웰빙족을 사로잡기 위한 블렌딩 쌀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쌀 소비를 독려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마켓은 지난 10일부터 흰쌀과 현미, 찹쌀을 섞은 '블렌딩 쌀'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흰 쌀밥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쌀 소비 감소 원인으로 보고 블렌딩 쌀을 대안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려지며 탄수화물의 대명사인 흰쌀밥은 '줄여야 할 음식' 1순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0년 158kg에서 지난해 61kg으로 감소했다. 밥 한 공기에 100g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610공기, 하루에 채 2공기를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줄어드는 쌀 소비량 속에서도 고급미의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쌀밥을 먹는 빈도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지만 맛이 좋은 고급미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GS슈퍼마켓은 흰쌀 70%에 불리지 않아도 되는 현미(25%), 찹쌀(5%)을 섞은 '찰영쌀'과 흰쌀 90%에 찹쌀 10%를 섞은 '찰기 더한 쌀' 등 블렌딩 쌀 2종을 출시, 건강과 맛을 모두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슈퍼도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슈퍼가 2월 출시한 '보틀라이스'는 기존 3kg~20kg에 달하던 쌀을 370g~900g짜리 페트병으로 소포장해 다양한 종류의 쌀과 잡곡을 소량씩 개별구매할 수 있게 했다.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추청, 오대쌀 등 기존 유명 브랜드 상품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미, 클로렐라미, 홍국산수유미 등 기능성 쌀도 내놔 선택의 폭을 넓혔다.
소비자 맞춤형 상품 구성으로 건강과 편의성을 모두 잡아 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진공포장으로 부피를 크게 줄여 휴대성을 높인 쌀 일미칠근을, GS리테일은 햅쌀로만 만든 햅쌀도시락을 출시(11월 한정 판매)하는 등 쌀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쌀 풍작으로 인해 쌀은 넘쳐나지만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다"며 “쌀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 소비를 자연스럽게 늘려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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