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식 선임기자/이상엽 기자 ]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주자로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보수 진영 대권 구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남긴 육성 파일에서 홍 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언급한 부분은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품 전달자 윤모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에 국회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는데 윤씨가 이런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게 의심스럽다고 봤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의 측근 윤씨를 통해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홍 지사는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은 ‘천하대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슬롯머신 기계 앞에 앉아서 10센트 넣고 100만달러를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홍 지사 띄우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홍트럼프(홍준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라는 별명을 얻은 홍 지사가 범보수 결집에 나선다면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홍 지사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아우를 수 있는 튼튼한 지역적 기반도 갖춰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1월 출마 선언을 했을 때 지지도가 2.3%였고, 트럼프는 지지율 1%에서 시작했다. 시간은 충분하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나타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몇 번이나 좌파들에게 당해봤으면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찬성 논리를 펼쳤다.
홍영식 선임기자/이상엽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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