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아라 기자 ]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서에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녀상과 똑같은 상징적인(Symbolic) 소녀상을 외교 시설 앞에 만든 것은 일본 입장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일본 내 한국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다나카 아키히코 도쿄대 명예교수(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글로벌 석학 초청 대담회'에서 "소녀상 문제는 가볍지 않은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자 항의조치로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소환한 것과 관련, 다나카 교수는 "만약 일본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일본은 주권국으로서 '다른 의견을 가진 나라가 외교시설 앞에서 어떤 행위를 해도 신경쓰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한국 정부가 (소녀상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일본대사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외교적 타협'이 아닌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다나카 교수는 "한 국가 안에서 갈등이 발생했다면 최고법원 판결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주권 국가로서 각자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해결 방법은 외교적 타협 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정합성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합의였다기보다는 '실제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양국의 외교적 합의'였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단념할 수 있도록 압박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길도 모색하는 '투트랙'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정책이 '합리성'은 있었다고 보지만, 그 사이에 북한은 몇 차례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섰다.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 방향은 성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신규장각과 한림대가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는 다나카 교수와 양기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나카 교수는 도쿄대 부총장,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직 등을 역임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문도 해왔다.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있으며 오는 4월부터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 총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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