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용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영향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SK·롯데·CJ·포스코 등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고영태 녹음파일’과 관련해선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검은 또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혐의에 뇌물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
(1)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
"결정적 변수"vs"뇌물은 탄핵사유의 일부"
국회탄핵소추위원단 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 발부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 측 관계자는 “유무죄는 법정에서 가려봐야 하지만 이 부회장의 영장이 발부된 것은 법원이 박 대통령 뇌물 수수 부분도 소명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에서 그동안 펴온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어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논리가 깨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수사 기록을 헌법재판소에 모두 넘긴다는 방침이어서 탄핵심판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구속=유죄’는 아니지만 이번처럼 큰 형사 재판에서의 구속은 의미가 다르다”며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돼 박 대통령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리인단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는 그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2) 박 대통령 대면조사
거부 명분 약해져…내주초 성사 가능성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많다.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준 사람(증뢰자)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뇌물을 받은 사람(수뢰자)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뇌물죄 사건에서 증뢰자뿐 아니라 수뢰자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이 부회장-최순실 씨-박 대통령’으로 연결된 뇌물죄 관련 수사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측도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거부하지 않고 있다. 다음주 초에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준비해왔다”며 “조사가 이뤄지면 성실하게 임해 의혹이 없도록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 16일 각하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순 있지만 청와대가 거부하면 특검도 방법이 없다.
(3) 특검 연장론
황교안 대행 수사연장 승인 쉽지 않을 듯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28일 종료되는 1차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지만 실제 연장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수사기간 연장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있는데 그동안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특검은 16일 황 권한대행에게 연장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답이 없다. 자신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도록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은 특검 연장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야권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 연장의 필요성이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며 황 권한대행의 연장 수용을 촉구했다. 여권은 그동안 특검이 현행법이 규정하는 수사범위를 넘어선 수사를 했다고 맞서고 있다.
(4) 대기업 수사 어떻게 되나
특검 수사 불투명하지만 불씨는 남아
특검 수사가 SK·롯데·CJ·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까지 확대될지는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달려 있다. 특검 기간이 연장되면 확대되고, 연장되지 않으면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삼성 외) 다른 대기업 수사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과 맞물려 있다”며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불투명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기간 연장 가능성이 낮아 다른 기업 수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특검도 지난 14일 “수사 기간을 고려할 때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특검 기간이 연장돼 다른 대기업 수사가 이뤄지면 수사 강도는 이전보다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간주했다면 다른 출연 기업도 수사의 칼날을 쉽게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 곤혹스러운 공정위
특혜의혹 궁지 몰려 '경제검찰' 위상 흔들
이 부회장 구속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연금공단도 곤혹스러워졌다.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정위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 만큼 이와 관련된 공정위 관계자들이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검 수사 결과로 ‘경제 검찰’ 공정위의 위상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속고발권은 고발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민연금도 ‘최순실 쓰나미’를 피해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결과적으로 지원한 과정을 특검이나 검찰에서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