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아닌 무명(無名)' 샘 손더스, 깜짝 선두

입력 2017-02-17 17:43  

성적보다 아널드 파머 외손자로 이름 난 골퍼…PGA 제네시스오픈 첫날 7언더파

"50년전 할아버지가 우승한 골프장서 첫승 거두고 싶어"
안병훈 4언더파 '빛나는 출발', 데이·토머스는 이븐파 부진



[ 최진석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오픈(총상금 700만달러·약 80억원) 1라운드가 열린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1·7349야드).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샘 손더스(미국)가 7번홀(파4)에서 침착하게 버디 퍼팅 스트로크를 하자 공은 8m를 굴러가 컵에 빨려 들어갔다. 손더스의 이날 일곱 번째 버디였다. 그는 8~9번홀을 파로 막으며 7언더파 64타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손더스는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중견 선수다. 그의 세계랭킹은 426위, 페덱스컵 랭킹은 210위, 평균 타수는 72.312타다. 지난 두 개 대회에선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이날 그가 단독 선두에 오르자 대회 관계자들과 갤러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더 킹’ 아널드 파머(미국)의 외손자이기 때문이다.

손더스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무결점 경기를 했다. 그는 “이곳에 왔을 때 마음이 편안했다”며 “이 분위기를 이어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그의 할아버지 아널드 파머가 세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곳이다. 이곳에서 파머의 마지막 우승은 1967년. 이제 그의 손자가 50년 만에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파머는 생전에 “손더스는 손자들 중 유일하게 골프 감각이 좋은 아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손더스는 아직 PGA투어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이날 안개로 인해 경기가 1시간15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일몰로 중단되면서 경기를 끝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손더스가 선두로 치고 올라간 반면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기존 강자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내놨다. 올 시즌 멀티 챔프인 토머스와 세계랭킹 1위 데이는 18홀을 다 돌지 못한 상황에서 이븐파를 기록했다. 마쓰야마도 16번홀까지 1언더파를 기록했다. 스피스는 최경주(47·SK텔레콤)와 함께 2언더파를 적어냈다.

한국 선수 중 ‘괴물 장타자’ 안병훈(26·CJ대한통운·사진)의 활약이 빛났다. 그는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첫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다. 15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티샷 난조로 보기를 범하며 전반부를 마쳤지만 후반부에 다시 분위기를 바꿨다. 안병훈은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4번홀(파3)부터 다시 3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후 7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보기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두 홀을 파로 막고 라운딩을 마쳤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7위였다. 안병훈은 이달 초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피닉스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날 샷 난조를 보이며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네시스오픈은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 처음 개최한 PGA투어 대회다. 타이거 우즈 재단이 대회 운영을 맡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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