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왜 이러지?…연초부터 미분양 속출

입력 2017-02-17 17:49  

올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0.08 대 1

서귀포·삼양1동·이호이동 등 전용 84㎡이하임에도 청약 저조
"도내 연립·다세대도 미분양 투자자 옥석 가리기 나서"



[ 문혜정 기자 ]
제주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공급된 6개 단지 모두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분양가 거품 우려 등의 영향으로 최근 2~3년간 지속된 과열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개 단지 전부 ‘미분양’

17일 금융결제원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제주에서 분양된 단지 3곳의 청약 성적은 참담하다. 올해 제주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0.08 대 1에 그쳤다.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나온 ‘서귀포시 표선 대진유토피아’(284가구)는 1순위에서 청약을 2명밖에 받지 못했다. 14~16일 제주 삼양1동과 이호이동에서 나온 ‘제주 라오체 블랙비치’(36가구)와 ‘제주 이호 엘리시아’(38가구)에도 각각 2명과 3명밖에 청약하지 않았다. 모두 실수요층을 겨냥한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주택이었다. 지난달 제주 애월읍에서 분양된 ‘애월 미코노스마을’도 111가구 모집에 3명만 청약했다.

작년 말 청약시장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작년 11월 제주 도남동에서 분양된 ‘제주시 도남 해모르 리치힐’은 163가구 모집에 1순위 통장만 2만1197개가 몰려 평균 13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평균 1순위 경쟁률이 68.53 대 1이었다.

제주도 도시건설국 관계자는 “여전히 제주 노형동이나 화북 등 중심지는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금방 팔려 분양열기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힘들지만 조금만 시 외곽으로 나가거나 소규모인 단지, 대형 주택은 잘 팔리지 않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김현옥 공인중개사도 “도내 곳곳에 공급된 30가구 미만의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도 미분양 상태”라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골라서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자·도민 모두 ‘신중’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제주의 공동주택 공급량은 2015년 12개 단지 2449가구, 지난해에는 16개 단지 1597가구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서귀포 혁신도시 등지에서 민간·공공 (임대)주택이 대거 공급됐다. 지난해에는 제주영어도시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시와 서귀포 등에서 골고루 분양물량이 나왔다. 택지지구 땅이 고갈되면서 올 들어서부터 소규모 단지가 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 주택 분양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제주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126만원으로, 작년 1046만원보다 7.6%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분양가는 작년 1052만원에서 올해 1046만원으로 0.5% 하락했다. 제주지역의 주택시행사인 다담하우징 이선림 부회장은 “제주에선 여전히 주택이 모자라지만 올해 공급된 물량은 입지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분양가도 높아 외부 투자자와 도내 거주자들이 신중해졌다”고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내 전체 분양물량의 25%는 제주도 이외 거주자가 분양받았다. 제주에선 공공택지(1년)를 제외하곤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다.

기존 아파트값 상승세도 멈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 아파트 값은(2월13일 기준) 0.66% 올라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4.11%)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이후로는 3주째 보합세(변동률 0%)를 기록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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