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조2000억 증발…삼성그룹주 '흔들'

입력 2017-02-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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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파…전자·물산 등 줄줄이 하락

"당장 시장에 큰 영향 없지만 삼성전자 실적 상승세 꺾이면
증시 전반에 악영향" 우려

갤럭시S8 출시 앞두고 해외 경쟁사 공격받을 수도



[ 하헌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되자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출렁였다. 지난달 말 200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는 190만원 아래로 주저앉았고,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계열사도 1%대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과거 총수가 구속됐던 SK·한화·CJ그룹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그룹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 실적이 꺾일 경우 국내 증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구속 여파 놓고 갑론을박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8000원(0.42%) 내린 189만3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식 3만3422주를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1만8406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삼성물산(-1.98%) 삼성생명(-1.40%) 삼성SDS(-0.78%) 삼성중공업(-0.94%) 삼성엔지니어링(-1.21%) 등 주요 계열사도 약세를 보이면서 이날 하루 동안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2조2280억원이나 증발했다. 호텔신라만 이부진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450원(0.96%) 오른 4만7400원에 마감했다.

이번 이 부회장 구속이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이 ‘오너 리스크’를 잠재울 만큼 탄탄하다는 점을 든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설령 이 부회장 구속을 악재로 본다 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워낙 좋은 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경영이 더 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주 측면에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과거 다른 그룹 총수의 구속도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 부재가 삼성그룹의 높은 기업 가치를 흔들 정도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 괜찮을까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속도가 더뎌지고 기업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은 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총수 부재를 전문경영인이 100% 채워주긴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미래 전략사업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수 구속으로 삼성그룹이 졸지에 ‘비리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그간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이 훼손되면 삼성전자의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삼성전자에는 기업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 4월 출시를 앞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놓고 해외 경쟁사들이 ‘도덕성’을 빌미로 공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호전세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은 국내 증시 전체에도 부담이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4분의 1이 넘는다. 이날 삼성그룹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6포인트(0.06%) 내린 2080.58에 마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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