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20만원 넘으면 형사 입건
경찰, 불법 도박 강력 단속
[ 성수영 기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놓고 도박을 벌이는 ‘탄핵 토토’가 성행하고 있다. 지인 사이의 내기에서부터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까지 시국을 놓고 무분별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 시국 사안을 놓고 거액의 돈이 오가고 있다. 한 사설 토토 사이트 이용자 게시판에는 ‘탄핵 기각에 50만원을 걸었는데 제발 탄핵이 기각됐으면 한다’ 등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는 접속자가 몰려 게시판이 마비되기도 했다.
탄핵 토토 참가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배당률이 요동치고 있다. 탄핵 기각 배당률은 지난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베팅금의 두 배 수준에서 세 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엄중한 시국을 놓고 도박판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설 토토 사이트들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기 전부터 업다운(up·down) 도박을 개설했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 수가 210명을 넘을 것으로 생각하면 업에,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면 다운에 돈을 거는 방식이다. 2014년에는 몇몇 사설 토토 사이트가 세월호 희생자 수를 놓고 업다운 도박을 벌여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인들끼리도 시국 사안을 놓고 돈이 오가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31)는 지난 17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20만원을 걸었다가 돈을 잃었다. 최씨는 “부적절하다는 건 알지만 월드컵 때처럼 재미로 내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국을 놓고 벌어지는 불법 도박을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 탄핵 토토를 하면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 일선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판돈 규모가 20만원 이상이거나 도박 전과가 있으면 대부분 형사입건된다”고 경고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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