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혜택 누리는 서울대…성과부족 등 비판 수용
그렇다고 없애자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얘기
특목고·자립형 사립고,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가난하지만 뛰어난 학생들 서울대가 앞장서 뽑을 것"
[ 박동휘 / 황정환 기자 ] 성낙인 서울대 총장(66)은 “반성문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서울대 폐지론’이 다시 나온 것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서울대만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격변기에 서울대를 없애는 것은 모두 같이 죽자는 얘기”라는 반론을 폈다.
◆총장실도 못 가는 서울대 총장
성 총장과의 인터뷰는 총장실이 아니라 우정관 임시 사무실에서 해야 했다. 일부 학생들이 경기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에 반발, 총장실 등이 있는 대학 본부 건물을 133일째(19일 기준) 점거한 탓이었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서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성 총장은 “끝까지 대화로 설득할 것”이라면서 “교수들까지 나서 점거를 풀어달라는 성명을 냈는데도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깨달은 게 많다”고 했다. “서울대와 서울대인(人)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성 총장은 “서울대는 사회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집단”이라며 “그럼에도 기득권에 안주해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가 ‘선한 인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 총장은 “서울대 졸업생들은 이르면 40대부터 사회 리더의 지위에 오른다”며 “공공선(善)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리더가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성 총장은 “법인화를 한 다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그사이 4차 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와 현실이 됐고 서울
의 경쟁자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의 연간 예산(병원 제외)은 약 1조원이다. 이 중 4400억원(지난해 기준)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성 총장은 “인건비와 전기료 등 경상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서울대 정도의 살림이면 더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며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메카로”
2014년 8월 취임한 성 총장은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향후 비전에 대해 “서울대를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공대 교수들이 통상 1년인 안식년 기간을 해외의 다른 대학이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대”라며 “미국 월가(街)의 금융인들도 실리콘밸리로 쇄도하고 있을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 총장은 “미국 예일대가 싱가포르국립대에 첫 해외캠퍼스를 설립한 데엔 싱가포르의 뛰어난 영어 실력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 그는 “유학생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학교 밖 원룸 건물을 임차해 잠을 재울 정도”라고 했다. 학생들의 해외 견문을 넓히는데도 적극
이다. ‘SNU 아웃바운드’라는 이름으로 실리콘밸리, 케냐 나이로비 등 세계 15개 도시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성 총장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체제에 반대한다”고 했다. 서울대만이라도 좀 더 다양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음대, 미대와 체대는 지역균형인재를 뽑지 않았지만 올해 입시부터 선발하도록 했다”며 “도서, 산간벽지에 있는, 똑똑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을 특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동휘/황정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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