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이미 2006년부터 직위를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업무 전문성을 기반으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매니저 제도는 SK텔레콤의 고유 문화로 정착해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 인력 운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에는 직위뿐 아니라 내부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되는 직급 체계도 5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해 완전한 성과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SK네트웍스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로 나뉘었던 직원 호칭 체계를 팀장-팀원으로 간소화했다. SK는 “업무 담당자가 직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여러 관계사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SK(주) C&C부문(지주사인 SK(주)의 IT사업 부문)은 직급 체계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에서 선임-책임-수석 3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는 파격적인 임금 체계를 도입했다. 직급이 낮은 직원이 상사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 직급별 연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신입사원이 부장까지 승진하려면 사원 3년, 대리 5년, 과장 6년, 차장 3년 등 17년 정도가 걸렸지만 앞으로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능력만 인정받으면 2~3년마다 한 단계씩 고속 승진해 30대에 임원이 될 수 있다. 40대 후반, 50대 초반이 돼야 임원에 오르는 경직적인 조직 문화로는 딥 체인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주) C&C는 사내 전문가들이 관심 있는 연구 주제와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고 이를 함께 연구하고 개발할 팀원을 공개 모집하는 ‘테크콜라보 랩’도 시행하고 있다.
SK(주)는 지난해부터 자율근무제와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근시간이나 복장에 얽매이는 대신 업무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기름밥 문화’ ‘아저씨 문화’가 강한 SK이노베이션도 요즘 확 달라졌다.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 근무를 허용하고 ‘빅 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2주간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복장과 휴가 사용 모두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의사 결정 과정도 대폭 간소화했다. 정형화된 문서를 작성하고 보고 체계에 따라 승인받던 결재 과정을 간략한 이메일 보고로 대체했다. 회사 방침을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중간 관리자를 통하지 않고 임원회의 회의록 전체를 공유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