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청년 법조인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법률스타트업으로 뚫어라"

입력 2017-02-21 17:30  

'법원 IT혁신 전도사'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코딩 교육받은 젊은 법조인 늘어 법체계 비슷한 중국 도전해볼 만
'법원 최고정보책임자' 역할 맡아 한국 사법정보화 수준 높이겠다



[ 김병일 기자 ] “도서관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2G폰을 쓰는 일부 직원에게 모두 스마트폰으로 바꾸도록 권유했습니다.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1만원짜리로 쓰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너무 답답합니다.”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59·사법연수원 14기·사진)이 얼마 전 법원 정기인사에서 법원도서관장으로 부임한 이후 법원도서관은 물론이고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법원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법원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기술(IT) 최고 실력자인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으로부터 전자소송 등 사법정보화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라는 ‘특명’을 부여받았다”며 법원도서관과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을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다.

“13억명 중국 시장 겨냥하라”

한국에선 판결문이 일부만 공개되는 등 법률 관련 벤처기업(법률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관장은 “법률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인 변호사가 적어도 10만명은 넘어야 하는데 그동안 변호사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부 때부터 컴퓨터 코딩을 해본 법률전문가가 한 해 수십 명씩 쏟아져 나오는 등 환경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3만여명인 법조인원이 머지않아 5만명, 10만명으로 늘어날 텐데 그때는 한국에도 법률 스타트업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 등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을 권했다. 그는 “중국이 한국과 법체계가 비슷하기 때문에 언어만 중국어로 바꾸면 된다”며 “법률 스타트업을 세워 13억명 인구를 상대로 장사해 보라고 젊은 변호사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판결문 공개와 관련해선 “당사자 이름이 사건명이 되는 영미계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선 이를 익명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법원행정처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판결문 작성 시간 줄여야

강 관장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판결문 작성하는 시간 단축하기’를 꼽았다. “판사들이 주문과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판결문의 문장을 다듬는 페이퍼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장을 고치고 다듬는 일을 전산적으로 도와줄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정보화는 세계적 수준이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보고서(Doing Business Report 2017) 계약분쟁 해결 분야에서 작년 11월 한국은 1위를 기록했다.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2010년 이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5위로 올라섰는데 3년 전 한국의 종합법률정보와 전자소송 등을 배워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 강 관장의 분석이다. 강 관장은 “상하이, 항저우 등 몇 개 대도시는 벌써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입으로 책 쓰는 IT혁신 전도사

강 관장은 별명이 ‘IT혁신 전도사’다. “시대 흐름에 맞춰 IT를 잘 활용하면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외부 강의와 유튜브를 통해 IT기기 활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IT 관련 강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3주 만에 입소문만으로 6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손가락을 전혀 쓰지 않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만 이용해 말로써(에버노트 구술입력) 3년간 쓴 책은 17권, 7000쪽이 넘는다. 구글의 번역 앱을 통해 매일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뉴스를 수십 건씩 읽는다고 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컴퓨터를 접한 뒤 1990년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포털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전자소송제 도입 등 사법정보화를 추진하는 데 앞장서왔다. “손가락 고통에서 해방해줬다며 나를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강 관장은 부산지방법원 고별 강연 등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국민 모두가 보기를 꿈꾸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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