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기술력·가격 경쟁력에
도(道)수출지원단의 해외 마케팅
KAI의 우수기술 이전 '결실'
[ 김해연 기자 ]
경남 창원시에 있는 항공기 구조물 제작업체 율곡(대표 위호철)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항공사로부터 1170억원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 하성용)의 동반 성장 지원에 힘입어 중소협력업체가 미국 항공사와 직접 납품 계약을 체결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경남테크노파크는 창원·사천·산청 등 세 곳에서 항공기 구조물을 생산하는 율곡이 미국 스피릿항공사와 보잉 B737·B767·B777·B787 기종 항공기 부품과 소조립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2일 발표했다.
총 260개 부품으로 1억200만달러(약 1170억원) 규모다. 항공기 동체와 날개 쪽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해 내년부터 2023년까지 공급한다. 스피릿항공은 종업원 1만6000명, 연간 매출이 7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업체다. B787 동체 등 항공구조물을 생산해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한다.
옥주선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장은 “그동안 KAI가 수주한 물량을 협력업체가 나눠서 생산하는 형태를 취했는데 이번 납품 건은 협력업체 스스로 수주시장에 뛰어들도록 지원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율곡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KAI의 상생협력시스템, 지방자치단체 및 경남테크노파크의 산학협력체계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 율곡테크엔지니어링으로 출발한 율곡은 2000년 KAI의 협력업체로 등록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KAI의 협력업체 동반 성장 전략에 따라 자재 직구매 전환사업, 협력사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활동 지원사업, 우수과제 기술이전 등이 이뤄졌다. 해외 직접 수주 지원을 위한 기술·품질·사업관리·계약관리 등의 전략적 이전과 지원이 이번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천과 진주를 중심으로 지역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조직한 경남테크노파크 항공부품수출지원단의 노력도 한몫했다. 수출지원단은 2012년부터 율곡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10여 차례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영국, 프랑스 등을 누비며 마케팅을 벌이고 외국 주요 항공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도 율곡 사업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상담이 이뤄지도록 주선했다.
율곡은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2011년 사천에 제2공장(2만5192㎡)을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 산청에 제3공장을 추가 건립하는 등 항공 분야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종업원 100여명, 매출 13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30명, 500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공장 증설 등에 맞춰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올해 50여명을 늘린 뒤 내년 428명, 2019년 469명, 2020년 518명 등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위호철 대표는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해 성과를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KAI와의 동반 성장 전략에 경남테크노파크 수출지원단의 협력이 더해져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사천=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