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 개척정신 전파
"국민정신건강 파수꾼 될 것"
[ 이지현/임락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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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신건강의학계 대부로 꼽히는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사진)은 “정신건강 관련 공익사업 등을 하고 있는 센터를 4~5년 내 진료, 연구, 사업 등을 모두 망라하는 국내 최고 기관으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을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 등에 전파한 의사다. 1989년 서울아산병원 개원 멤버로 교육부원장을 지내며 교육 시스템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울산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병원장, 울산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 센터장이 정 명예회장의 인사 청탁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 부임하던 해에 “의사 한 명을 전공의로 입사시켜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고심 끝에 “전공의 입사는 대학 입학과 같다. 공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며 거절했다. 정 명예회장도 이 같은 뜻을 존중해줬고 이후 관련 청탁은 뚝 끊겼다.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이력 덕분에 지난해 10월 이 센터장의 취임은 의료계에서 화제가 됐다. 센터에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공공기관 특성 때문인지 예산과 인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고 의사 결정한 뒤에도 집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센터가 꾸준히 발전해온 것처럼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를 개선해 행복을 전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미 여러 정신건강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국가 재난 상황이 생기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심리위기대응팀’도 꾸렸다. 그는 “센터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며 “중앙부처와 300여개의 지방자치단체 정신보건증진센터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교육 연구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센터가 매년 4~5명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어 10년이 지나면 센터에서 수련받고 전문의를 따는 의사가 40~50명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공익적인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1962년 국내 첫 국립정신병원인 국립서울병원으로 시작한 센터는 올해 개원 55년을 맞았다. 병원 창문마다 있던 쇠창살이 없어진 데다 약 중심의 치료가 심리치료 등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민의 정신건강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이 센터장의 판단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사람은 적다. 이 센터장은 “‘의지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놔두면 저절로 좋아진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룬다”며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숨기거나 멀리하는 태도가 편견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며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치료받으면 분명히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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