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인사에 개입 움직임
수협 "중앙회가 행장 인선 비토권"
농협금융은 김용환 연임 관심
"정권교체기 후임자 찾기 어려워"
[ 오형주/이현일 기자 ]
오는 4월 나란히 임기가 끝나는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수협은행장 후임 선임을 앞두고 모회사인 농협과 수협 수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직 장악을 끝낸 농·수협 중앙회장들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관료 출신 ‘낙하산’이 CEO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협 “낙하산 더 이상 안 돼”
농협금융지주와 수협은행은 각각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지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CEO 역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로 불리는 관료 출신 인사가 독식해왔다.
올 들어 이런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각 취임 1~2년째를 맞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금융사 장악을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정부와 사실상 공중분해된 여당이 농·수협 인사에 손을 뻗치기 힘들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수협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4월12일 이원태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수협은행은 22일 첫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어 차기 행장 모집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3명과 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으로 구성됐다.
2001년 정부에서 1조158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수협은행은 최근 관료 출신이 연이어 행장을 맡았다. 외환은행 출신인 초대 장병구 행장 이후 이주형, 이원태 행장은 모두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를 거쳐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지냈다.
수협 안팎에서는 ‘이제는 다르다’는 얘기가 돈다. 김임권 수협 회장이 정부가 지명한 관료 출신보다 다른 인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 회장은 2015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수협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수협법 개정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수협은 행추위원 구성에서 중앙회 추천 인사를 4명으로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결국 막판에 중앙회 측 인사를 2명까지만 늘리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수협에서는 “중앙회가 행장 인선에서 비로소 ‘비토권’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협금융 “중앙회와 협력관계 강화”
농협금융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4월28일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농협금융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후임 선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전통적으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회장을 선임했다. 2013년 내부 출신인 신충식 회장이 3개월 만에 물러난 뒤 금융 당국의 의중에 따라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회장이 연이어 농협금융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변한 만큼 다른 선택지가 나올 것이란 얘기가 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작년 7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된 후 급격히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김 회장이 지난해 10월 계열사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의 사표도 받은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관심은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농협중앙회 측이 지난 1년간 호흡을 맞춰온 김 회장의 연임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있어 김 회장의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 회장이 중앙회와의 관계를 원만히 한다면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이현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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